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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쟁론]원전 안전

꿈 꾸는 소년 2012. 11. 2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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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6(금) 03:00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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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쟁론]원전 안전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장인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소 소장

《 원전 불안이 심각합니다. 원전에 쓰인 부품 납품비리로 영광 원전 5, 6호기가 가동 정지된다는 소식이 나오고 월성 1호기도 20일로 30년의 설계수명을 다하고 정지됩니다. 거대한 지진해일(쓰나미)로 인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국내에서도 원전을 둘러싼 사건 사고에 예민해진 상황입니다. 올 들어 고장에 따른 가동 중단이나 오작동 등에 따른 자동 정지 등이 시운전까지 포함하면 10건이 넘습니다. 안전 불감증을 질타하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는 가운데 “사소한 결함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 원전의 안전 수준은 세계적”이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자원이 없는 우리로서 원전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어떻든 월성 1호기에 이어 영광 5, 6호기까지 정지돼 자칫 올해 최악의 전력난이 걱정되는 상황입니다. 혹한이 닥치는 내년 1, 2월엔 예비전력도 바닥을 찍을 것이라고 하니 지난여름과 같은 비상상황으로 에너지 절약에 동참할 때인 것 같습니다. 》

▼ “원전은 단 한번의 실수도 용납 안된다” ▼

요즘 부쩍 잦아진 원전 고장은 국민이 보기엔 어딘가 구멍이라도 뚫리지 않았나 걱정된다. 10월 2일 멈춘 영광 5호기는 증기발생기에 물을 공급하는 펌프가 고장 났고 역시 같은 날 멈춘 신고리 1호기는 원자로 출력을 조절하는 제어봉에 문제가 있었던 걸로 판명됐다. 뒤이어 울진 2호기, 월성 1호기가 멈춰 서더니 그것도 모자라 이젠 미검증 부품 납품으로 영광 5, 6호기가 가동 정지됐다.

이번에 터진 납품비리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얼마나 안일한 운영을 해 왔는지 보여 준다. 237개 품목, 7680여 개의 부품이 10년 동안 위조된 검증서로 아무런 제재 없이 원전에 납품됐다. 외부 제보가 있기 전까지는 아무도 몰랐다니 납품관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보여 준다. 검증서가 위조됐다는 것은 서류를 제대로 보지 않았고 현장에서 제품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원전의 잦은 고장과 비리, 은폐, 거기에 마약사건까지 터져 30년 넘게 값싼 전기를 국민에게 공급한 한국 원자력은 그야말로 풍전등화다. 올 들어 불시 고장으로 가동을 멈춘 것은 일곱 번째, 시운전까지 포함하면 열두 번째다. 원전 고장률은 초기에는 높다가 점차 안정된 후 노후화하면서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세계적 기준으로 보면 원전 고장률 면에서 우리는 다른 나라보다 낮다. 우리나라가 1기당 연평균 0.39건인 데 비해 원전 강국인 프랑스 3.36건, 캐나다 2.04건, 미국 0.96건이다. 전체 원전 기수 대비 프랑스는 이틀에 한 번, 미국은 나흘에 한 번, 캐나다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고장이 난 데 비해 우리나라는 한 달 반에 한 번꼴로 원전이 섰다. 더욱이 재작년엔 6개월에 한 번 멈췄을 뿐이다.

실제 고장 건수는 이처럼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인데 짧은 기간에 몇 건이 연달아 일어나는 바람에 고장이 자주 나는 것처럼 보이는 면도 있다. 1년 동안 100% 가동하는 것도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우수한 운영실적을 입증하는 좋은 사례이다. 우리는 높은 이용률과 낮은 고장률에 익숙하다 보니 요즘 상황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광 5호기와 신고리 1호기의 고장은 2002년과 2011년 각각 상업운전에 들어간 원전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영광 5호기는 냉각 계통에 이물질이 들어가는 등 그간 잦은 고장에 시달렸는데도 말이다. 더욱이 신고리 1호기는 개선형 한국표준원전의 효시다. 경제성은 물론이고 안전성을 크게 높였고 앞으로 수출산업의 기둥이 될 신형 경수로의 모태이기도 하다.

원전 고장이 사고와는 다르고, 자동 정지는 오히려 안전의 징표이기도 하다. 다만 고장이 잦다 보면 언젠가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되풀이되는 고장을 타산지석으로 삼지 않으면 원자력은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 다행히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30년 이상 원전을 운영하고 있지만 국내 원전에서 방사선 피해가 보고된 바는 없다.

우리나라는 일본 원전사고 이후 운영 중인 원전에 대해 정밀 안전점검을 했다. 유럽연합 안전진단과 비슷하게 지진, 침수, 중대사고 평가와 함께 비상대응도 포함해 주요 항목 50개를 도출해 개선하고 있다.

문제는 작은 나뭇가지는 보되 넓은 숲을 보지 못한다면 안전대책은 탁상공론이나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1979년 스리마일, 1986년 체르노빌, 2011년 후쿠시마가 우리에게 던진 교훈은 원전에 안전신화는 애당초 없었다는 것이다. 원자로심 손상빈도 10만 년에 한 번, 격납건물 손상빈도 100만 년에 한 번은 나뭇가지였을 뿐 숲엔 10년에 한 번꼴로 불이 난 것이다.

한편 올해 국내 원전 몇 곳이 100% 운전한 데 따른 피로가 쌓이고 있다. 세계 평균이 80%를 밑도는 걸 감안하면 가히 경이로운 실적이다. 우리나라는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데 원전 외에 현재로선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전은 일단 사고로 이어지면 대재앙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단 한 번의 실수나 방심도 용납할 수 없다. 원전 안전에는 영향이 없으며 방사능 누출도 없었다고 강변할 일이 아니다. 운영 실적이 높다고 자만하거나 과신해서도 안 된다. 그래야 30년 넘게 쌓아온 공든 탑을 지킬 수 있다.

전기는 기계가 만들지만 기계는 사람이 움직인다. 사람이나 기계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혹사당하거나 최적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하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사고는 작은 나사못이나 두꺼비집에서 비롯된다. 환경단체 시민단체 원전당국 규제당국이 한 언어로 소통하고, 체감온도를 같이할 때 우리 원전은 진정한 국민의 것으로 다시 태어나리라 믿는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 필자 소개 ::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전력 방문연구원, 미국 웨스팅하우스 선임연구원, 한국원자력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 “사소한 고장일뿐 심각한 결함 아니다” ▼

지난달 26일 경북 울진발전소에 다녀왔다. 최근 원전 고장 및 사고와 관련해 보도가 잇따르면서 현장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침울했다. 스물네 시간 교대 근무를 하며 주말도 없이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었다. 이런 사람들의 고충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원전 전문가들은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과 위험성에 대해 비전문가인 일반 국민이 느끼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발전소 현장에서 근무하는 전문가가 느끼는 위험의 강도가 1이라면 일반인이 느끼는 위험의 강도는 100보다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옳은 비유가 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거친 바다에서 선원과 승객이 느끼는 차이와 같다고 할까.

10월 초에 발생한 신 고리원전 1호기와 영광원전 5호기가 1시간 간격으로 전기 생산이 멈췄다는 뉴스가 나와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니 신고리원전 정지는 제어봉 제어계통에서 일부 전자부품 불량으로, 영광원전은 발전소제어계통의 통신카드 고장으로 발생했다고 한다. 원전 설계 시 부품이 고장이 나면 안전을 위해서 발전소가 정지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두 곳의 발전 정지는 모두 부품 고장 이상이 일어날 때 설계된 대로 동작한 것으로, 가끔 발생하는 원전 발전 정지 현상과 같이 안전했으며 방사능 누출 등이 없었다. 일반적으로 우려하고 있는 사고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일반 국민은 고장과 사고 개념이 완전히 다른데도 고장이 곧 사고라고 생각하며, 그 고장이 사고로까지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원전 관리와 유지 보수 능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원전 이용률이 단연 세계 제일이라는 사실을 국민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장과 사고는 다르다. 인간이 만든 기계 중에 완전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원자력발전소는 수백만 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원자로가 높은 온도와 압력의 환경에서 가동되고, 방사선도 함께 발생하는 아주 열악한 조건 속에 있기 때문에, 발전소의 유지 보수 능력은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고리원전(1978년)이 전기를 생산한 지 불과 30여 년 만에 23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갖게 됐고, 국가경제 발전에 크게 이바지해 왔다. 이 기간에 큰 사고 한번 없이 원자력 발전 강국으로 우뚝 선 것은 요즘 전 세계에 부는 한류와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번에 영광원전 5, 6호기 납품 비리도 마찬가지다. 물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방만한 운영은 충분히 지적해야 하지만 사실 납품된 부품들은 퓨즈 스위치 다이오드 같은 일반 기기류에 통상 사용되는 품목으로 원전 운영 보조설비에만 들어가는, 즉 원전 가동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 부품들이다. 비리 액수도 10년간에 걸쳐 총 8억2000만 원이다. 1년에 8000만 원 꼴이다. 원전 1기 건설에 4조 원가량 들어가는 것을 감안한다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액수는 아니라고 본다.

물론 단 한 건의 비리도 일어나서는 안 되지만 사태를 과대 해석하는 것도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 이런 점에서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데 원전 가동을 중단시켜야 했는지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검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원전 가동 중단은 한국전력과 한수원의 수십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어떻든 한수원은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우려도 되지만 원인을 정확히 밝히고, 피드백한다면 30∼40년 이상 가동을 해야 하는 원전에 오히려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수원은 고장난 부품의 교체 및 정밀점검을 완료하고, 지속적인 설비 개선과 신뢰도가 높은 제품을 사용해 향후 동일한 원인에 의한 발전 정지를 방지하기 위해 제작사와 협의함으로써 부품의 신뢰도를 한층 더 높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과 언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의 고충과 어려움도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나친 질책은 고장의 원인 규명보다는 오히려 고장 자체를 축소하거나 은폐하도록 만들 수 있기에 정확히 규명하고 현장 근로자들의 노고에 따뜻한 격려를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원자력인으로 살아온 사람으로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일련의 사태로 원전 폐기 정책을 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다. 북한 핵실험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작은 고장 정지에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은 그동안 척박한 이 땅에서 기술 식민지의 과학자가 받아야 하는 온갖 수모와 굴욕을 단 한번이라도 생각하고 가슴 아파해 본 일이 있는가 묻고 싶다.

장인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소 소장

:: 필자 소개 ::

고려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원자력연구소 소장, 국제원자력기구(IAEA) 원자력에너지 자문위원, 원자력국제협력재단 이사장, 한국원자력연구소 고문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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