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壇 40

아무렴 - 이채

☞ 아무렵 : 말할 나위 없이 그렇다, 상대편의 말에 강한 긍정을 보일 때 하는 말. 한번 왔다 가는 인생 그냥 갈 수는 없잖아 ☞ 그냥 : 더 이상의 변화 없이 그 상태 그대로. 그런 모양으로 줄곧. 아무런 대가나 조건 또는 의미 따위가 없이. 바람 같은 인생이라면 나뭇잎이라도 흔들고 가야지 강물 같은 인생이라면 이슬이라도 맺혔다 가야지 그래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는 길 흔적이라도 남기고 가야지 꽃 같은 인생이라면 씨앗이라도 여물고 가야지 나그네 같은 인생이라면 발자국이라도 남기고 가야지 아무렵 뒷모습은 뒷사람이 볼 수 있는 게지 박수치는 건 바라지도 않지만 손가락질 하는 사람은 없어야지 그래야 마지막 길에서도 부끄럽진 않겠지

詩壇 2020.12.13

인생의 가을에서 - 김홍성

평생을 지고가야 하는 삶의 무게 그 삶이 무거워 내려놓을 때 쯤 인생의 가을 들녘에서 뒤돌아보게 됩니다 뒤돌아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讓步하면 損害볼 것만 같아 못난 고집을 꺾지 않아 所重한 친구를 잃었고... 빈 자리 없이 꽉 채운 욕심 때문에 알뜰히 모은 재산 하루 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릴 뻔한 때도 있었습니다 인생 길... 좀 늦게 가면 어떻고 둘러 가면 어떻습니까? 우리는 두 갈래 길을 만나면 갈등을 하게 됩니다 그 갈등으로 利害打算을 하게 되어 慾心과 劣等感에 억지를 부리고 말지요 빈 잔에 찰랑이도록 욕심껏 채운들 무얼하겠습니까? 인생도 낙엽처럼 살다가는 삶 서둘지 않고 욕심을 버리고 남의 말에도 귀 기우릴 때 내 삶이 潤澤해 진다는 것을 이제야 비로써 알 것 같습니다..

詩壇 2020.12.12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김현승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謙虛한 母國語로 ☞ 겸허 : 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비우는 태도가 있음.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肥沃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 비옥 : 땅이 걸고 기름짐.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

詩壇 2020.12.12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다 - 김현주

단풍나무, 붉게 물들고 있었지요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었다 부끄러운 날들 이어지더니 가을이 오고 말았지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모하던 나는 산에 올라 못되게도 단풍나무에게 다 뱉어내 버렸지요 내 부끄러운 마음, 내려오다 뒤돌아보니 아, 단풍나무, 고만, 온 몸이 불게 물들기 시작하데요 내 낯 빛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뻔뻔해질수록 ... 가을 산마다, 단풍나무 붉게 붉게 물들고 있었지요

詩壇 2020.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