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 돕는 목회자 되려 간호사 공부… 응급실-수술실서 진가 드러났지요”

조상문 씨(75·사진)는 의료 현장에서 활약하는 남자 간호사가 더 늘어나기를 기대한다고 기자와의 통화에서 말했다. 그는 내년 4월 출범하는 대한남자간호사회(가칭) 창립준비위원회의 명예준비위원장. 국내 남자간호사 1호라는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원래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한 뒤 목회자의 길을 걸으려다가 서울위생간호전문학교(현 삼육보건대)에 입학했다. 간호학을 먼저 공부해서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을 키우면 목회 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였다. 1962년 졸업하면서 간호사 면허증을 받았다. 전에도 간호전문학교를 통해 남자 간호사가 배출됐지만 정부가 남자에게는 간호사 면허를 주지 않았다.
조 씨는 졸업과 동시에 서울위생병원(현 삼육서울병원) 응급실에서 간호사로 근무했다. 당시 응급실에는 농약 중독으로 실려 오는 환자가 많았다. 그는 “순간적인 판단력이 매우 중요했다. 또 응급상황에선 남자의 물리적인 힘이 필요했다”고 회상했다.
조 씨는 위생간호전문학교장, 대한간호협회 이사, 대한정신간호학회장, 삼육대 간호학과장을 지내며 의료계에 기여했다. 1977년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서 미국 유학을 떠났다가 현지 병원에서 간호사로 1년간 근무했다. 이후 남캘리포니아대 의료원으로 옮겨 27년 동안 환자재정복지관으로 근무했다.
조 씨는 후배 남자 간호사들이 보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를 희망했다. 그는 “응급실과 수술실에서 남자 간호사가 더 잘할 만한 분야가 있다. 다른 전문직처럼 특화된 분야를 찾아내고 자기계발을 게을리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남자 간호사는 해마다 늘고 있다. 현재 남자 간호사는 5183명으로 전체 간호사(29만5633명)의 1.8%다. 2008∼2012년 면허를 받은 남자 간호사가 3504명. 전국 간호대학 재학생 중 남학생은 2000년 662명에서 2011년 7968명으로 늘었다. 국군간호사관학교에는 올해 처음으로 남자 생도 8명이 입학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기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초단체장 보궐선거 당선인]광주 동구청장 민주 노희용 (0) | 2012.12.20 |
---|---|
[박근혜 대통령 당선]18대 대통령선거 지역별 득표상황 (0) | 2012.12.20 |
하치장에 명품가방이…헌옷도 ‘강남스타일’? (0) | 2012.12.13 |
연인 뜻풀이, 사랑하는 ‘남녀’서 ‘두사람’으로 (0) | 2012.12.06 |
600년 전통 홍어의 고장, 영산포가 다시 들썩인다 (0) | 2012.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