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선기 목사

[방선기 목사의 생활신앙(15)] 가사노동에 대해서

꿈 꾸는 소년 2013. 9. 9. 05:20

[방선기 목사의 생활신앙(15)] 가사노동에 대해서
방선기 목사(직장사역연합 대표)
2010년 07월 23일 (금) 11:10:51 기독신문 ekd@kidok.com

 
‘일’의 가치는 안팎이 없다

주부·어머니의 역할은 창조질서 유지하는 중요한 가치


   
  ▲ 방선기 목사  
교회에서 성경적 직업관에 대해 강의할 때면 ‘일하는 사람들’은 손을 들어보라는 질문으로 시작하곤 한다. 그러면 직장을 가진 사람들은 다 손을 들고, 학생이나 노인들은 아예 손을 들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들 중에 손을 들까 말까 망설이는 사람들이 몇 사람씩 눈에 뜨인다. 그들은 대부분 주부들이다. 돈 버는 것은 아니니 일하는 것 같지 않지만 손을 안 들자니 가정에서 수고하는 것이 억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그들에게 손을 들도록 독려한다. 가사노동도 엄연한 일이므로 그들은 분명히 ‘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열심히 일하면서도 돈을 벌지 못한다는 이유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부들의 가사노동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가사노동을 돈으로 환산하기도 한다. 그 기사를 읽으면서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높이 평가하려는 의도에는 공감했지만 그것을 돈으로 환산한 것은 조금 아쉬웠다. 사람의 일은 돈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고유의 가치가 있는데 가사를 돈 버는 일과 비교하여 그 가치를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사람은 일을 하여 번 돈으로 생활하지만 본래 일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 이전에 하나님이 사람들에게 주신 축복이며 특권이며 동시에 사명이다.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면서 마지막 날에 사람을 자기의 형상으로 만드신 후에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고 하신 후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는 일의 명령을 주셨다(창 1:28). 땅을 정복하고 만물을 다스리라는 명령은 사람들에게만 주신 것으로 고유한 축복이고 특권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누구나 일을 해야 한다. 그 일로 돈을 버는 사람은 경제적인 책임을 갖게 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여전히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할 책임이 있다. 여기에는 예외가 없다. 학생들에게는 공부가 하나님이 맡기신 일이다. 은퇴한 어르신들도 더 이상 돈은 벌지 못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가정주부가 가정에서 하는 일 역시 돈을 버는 수단은 아니지만 하나님이 이 땅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일이다. 그러므로 이 일에 대해서 사명감을 느끼는 것은 크리스천들에게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 사회에서는 가사노동을 직장에서 하는 일보다 낮게 보는 것이 보편적인 생각이다. 우리 사회에서 돈이 만물의 척도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소득의 차이로 직업의 귀천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돈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가치 있는 일이 얼마든지 있다. 가정주부의 일이 그것이다.

신생아를 가진 엄마가 아기 출생 후 9개월 이내 기간에 직장에서 일을 했는지에 따라 차후 아기의 지적 능력에 큰 차이가 생긴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미국 국립아동건강연구소가 900명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색, 문자, 숫자, 형체 등을 구분하는 능력을 검사했다. 주부인 엄마가 돌본 3세 아이들은 평균 50%의 구분능력을 나타냈으나 일하는 엄마의 아이들은 44%의 구분능력을 보였다고 한다. 이 결과를 보고 컬럼비아 대학의 제인 왈드포겔 교수는 되도록 아기가 한 살이 될 때까지는 엄마가 집에 있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연구 결과를 보더라도 가정에서 어머니의 역할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어머니가 직장에서 일하는 것은 무조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어머니가 가정의 경제적인 책임이 있는 경우에 아이들을 맡기고 직장을 나가야 하는 경우도 있고, 또 특별한 재능이 있는 여성들이 그 재능을 가정의 밖에서 사용할 필요도 틀림없이 있다. 성경에 나오는 인물 중에 드보라는 여성으로서 사사의 직분을 감당했으며 루디아는 여성으로서 자주색 옷감을 파는 장사를 했다. 그들이 그 사회와 교회에 미친 영향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 할지라도 아내와 어머니의 중요한 역할을 간과할 수 없으며 그녀가 밖에서 이룬 성취로 가정의 책임이 면제될 수 없다. (물론 이것은 남편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이긴 하다.) 잠언 31장에 소개되는 현숙한 여인이 주부의 바람직한 모델을 보여준다. 물론 이 여인처럼 살려면 슈퍼우먼이 되어야 한다. 누구나 다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기서 발견해야 할 것은 이상형으로 묘사된 여인의 모습이다. 가정에서 해야 하는 주부의 역할이 집 밖에서 하는 일과 똑같이 중요하게 평가된다는 점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하루 종일 시달리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은 아까운 청춘을 허송하거나 아까운 재능을 낭비하는 일이 아니다. 하나님이 어머니에게 맡기신 가장 중요한 사명이다. 그 당시 노예들에게 했던 사도 바울의 권면이 오늘 가정에서 짜증을 내며 일할지도 모르는 주부들에게 꼭 필요한 것 같다.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골 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