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의우]의료사고 막으려면 ‘니어미스’ 분석하라

 

2014-08-11 03:00:00 편집

[기고/박의우]의료사고 막으려면 ‘니어미스’ 분석하라

박의우 건국대 법의학 교수

수년 전 탈장수술을 받고 입원 중일 때의 일이다. 담당 전공의가 “내일이 퇴원일”이라고 하였다. 수술을 집도한 교수에게 들었던 날짜와 달랐다. 곧 그 전공의가 착각을 한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착각이 어처구니없는 의료사고로 연결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다른 환자에게 투약될 약을 잘못 받는다거나 수술부위의 좌우측이 바뀌는 등 의료사고는 매우 다양하다.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과거 어느 때보다도 안전에 관한 관심이 높은 때이다. 의료사고는 단시간에 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사고와는 다르지만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그런데도 그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부족하다.

미국의 과학아카데미의학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예방 가능한 의학적 실수로 사망하는 환자 수가 연간 5만∼10만 명이라 한다. 일본은 병원급에서만 연간 1600여 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전체 의료사고 사망자의 일부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사고로 인한 사망 건수 통계는 공식적이라기보다 여러 기관들에 의해 추정치가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연간 3만 건의 의료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추정치도 있다. 법원에 접수된 의료소송건수도 2000년에 738건에서 2005년에는 1166건으로 증가되고 있다.

의료사고란 의료인의 과실에 의한 것뿐만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불가항력적인 사고까지 포함되는 개념이다. 2012년 ‘의료분쟁조정법’이 시행됨으로써 의료사고의 처리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최상의 방법은 사고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의료 안전’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의료사고를 예방하려면 의료기관에서의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 ‘의료안전학’이란 새로운 분야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도 종합 대책을 수립할 때가 되었다. 그 하나의 예로서, 실제로 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하마터면 사고가 발생할 뻔했던, 소위 “니어미스(near miss)”에 대한 사례수집 및 분석 등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중대사고의 이면에는 29건의 경미한 사고가 있고, 300건의 니어미스가 있다”는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니어미스는 사고 예방의 기초 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인정된다. 일본에서는 니어미스를 경험한 의료인이 의무적으로 보고하고, 이를 분석하여 의료시스템 개선에 반영함으로써 의료사고 예방에 이용하는 곳도 있다. 의료인도 환자의 처지가 될 수 있다. 모두가 예방에 나서야 한다.

박의우 건국대 법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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