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인터넷 쓸때마다 지구가 조금씩 뜨거워진다
강원 춘천시 동면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에서 직원이 내부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서버로 가득 찬 데이터센터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어마어마한 열기를 내뿜는다. 인터넷 환경이 좋아질수록 ‘뜨거운’ 데이터센터는 늘어난다. 이를 식히기 위해 투입되는 전력도 늘어나는,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네이버 제공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올해 6월 네이버, 다음카카오, LG
모든 데이터가 오가는 길목에는 ‘데이터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데이터센터 속 서버는 매일 어마어마한 열기를 내뿜으며 데이터를 처리한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 전자제품을 오래 사용하면 할수록 기기가 뜨거워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데이터센터가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이유다.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서버는 더 뜨거워진다. 이 열기를 식히기 위해 냉방장치를 가동할 전력이 필요하다. 쏟아지는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데이터센터는 빨갛게 열이 오른 전자제품이나 마찬가지다.
전기 먹는 데이터센터
‘한 해 평균 6840억 kWh.’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총 전력량이다. 국내 전체 연간 전력 소비량 4551억 kWh(이하 2011년 기준)의 1.5배 수준이다. 1년에 이보다 많은 전력을 쓰는 나라는 중국(3조8620억 kWh), 미국(3조7900억 kWh), 일본(9390억 kWh), 인도(7740억 kWh), 러시아(7290억 kWh) 등 5개국뿐이다.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 중 50%는 오직 서버의 열기를 식히는 데만 사용된다. 하루 종일 냉방장치를 가동한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소속 이현숙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데이터센터는 매년 어마어마한 전력을 먹어치우는 하마와 같다”며 “태양력, 풍력 등 재생에너지만 사용하는 친환경 데이터센터가 되지 않는다면 엄청난 환경 문제를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이 지구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라는 얘기다.
흔히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산업은 ‘굴뚝산업’으로 불린다.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를 사용해 상품을 만드는 공장의 굴뚝에서 내뿜는 온실가스 ‘연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ICT) 등 첨단 산업도 이제 ‘열기’를 내뿜는 또 하나의 굴뚝산업이 됐다.
구글도 2009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정보기술(IT)의 발전은 더 많은 에너지 소비를 초래하고 있다”며 “실제 구글 검색 한 번당 0.2그램(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전 세계 ICT 기업 및 인터넷 이용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국내외 인터넷 기업은 물론이고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묻는다.
“당신의 인터넷 세상은 과연 깨끗한가요? 당신의 클릭(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약속한다.”
이 질문에 첫 번째로 대답을 내놓은 ICT 기업은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기업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2011년 12월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약속한다”고 답했다.
재생가능에너지는 태양광, 태양열, 풍력, 수력, 지력 등 재생산이 가능한 자원으로부터 얻은 에너지를 뜻한다. 에너지원이 재활용 가능하고, 지구의 기후변화 및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에너지다.
지난달 페이스북은 미국 텍사스 주 포트워스에 다섯 번째 데이터센터를 짓는다고 밝혔다. 이 시설에 쓰이는 전력은 모두 풍력발전 등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될 예정이다. 페이스북은 데이터센터 인근 6000만 m²(약 1800만 평) 부지에 풍력발전 시설을 마련하고 200MW(메가와트)가량의 전력을 공급받을 계획이다. 풍력발전 시설 부지 면적만 여의도 면적의 20배에 이른다.
제이 파리크 페이스북 인프라 엔지니어링 총괄 부사장은 “데이터센터는 수십억 명을 효율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페이스북 핵심 인프라로 2016년 말 가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최근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비율을 50%까지 올렸다. 장기적으로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요한 모든 전력을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한다는 게 페이스북의 계획이다.
페이스북의 친환경 행보는 다른 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012년 5월 애플, 2013년 5월 구글, 지난해 11월 아마존이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약속했다. 듀크에너지, 인도 NTT커뮤니케이션 등에서도 재생가능에너지 활용 비율을 높이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애플은 페이스북보다 재생가능에너지 전환 약속이 1년 늦었지만 가장 빨리 변하고 있는 기업이다. 애플은 현재 미국 내 모든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요한 전력 100%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얻고 있다.
국내 ICT 기업은 아직
그렇다면 스마트폰 보급률이 83%로 세계 4위를 차지한 한국 ICT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비율은 얼마나 될까. 한국은 성인 10명 중 8명이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을 정도로 인터넷 활용도가 높은 국가다.
그린피스는 지난달 네이버, 다음카카오, 삼성SDS, LG CNS, SK C&C, LG유플러스, KT 등 총 7곳을 ‘투명성’과 ‘재생에너지 정책’ 두 부문으로 나눠 성적을 매겼다.
두 부문에서 최고 등급인 A를 받은 곳은 네이버였다. 반면 다음카카오와 삼성SDS, LG유플러스는 두 부문 모두 낙제점인 F를 받았다. SK C&C와 KT는 투명성 B, 재생에너지정책 D를 받았고, LG CNS는 투명성 C, 재생에너지정책 D를 받았다.
이현숙 캠페이너는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비중이 가장 높았던 곳은 SK C&C였지만 비중은 1%에 불과했다”며 “KT 0.44%, 네이버 0.006%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평가점수보다 첫 시도에 더 큰 의미
사실 그린피스의 평가는 채점에 명확한 기준이 없다. 분석 자료의 발표 연도도 2010년, 2014년 등 각기 달라 공신력이 높다고 볼 수는 없다. 실제 네이버가 투명성 및 재생에너지정책 부문에서 A를 받은 이유는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약속 때문이다. 현재 네이버는 일부 데이터 처리를 위해 투명성 C, 재생에너지정책 D를 받은 LG CNS 데이터센터를 빌려 사용하고 있다.
낙제점인 F를 받은 다음카카오도 비슷한 경우다. 그린피스가 다음카카오를 모든 부문에서 F를 준 이유는 정보공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카카오는 현재 데이터센터를 직접 보유하거나 운영하지 않고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다음카카오 측은 “비교된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 등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LG유플러스도 자료 제공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F를 받았다.
그럼에도 그린피스가 공개한 성적표는 국내 ICT 기업에 충분한 자극제가 됐다. 흔히 ICT 기업은 기술 혁신이 삶을 보다 편리하고, 인간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그 이면에는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기 때문이다.
국내 ICT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은 장기적으로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이익 실현에도 시급한 일이기는 하지만 초기 투자비용에 부담을 느껴 쉽게 손댈 수 없는 영역”이라며 “당장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이 시급한 국내 기업에 무리한 요구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분명 그 필요성을 인지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은 선택 아닌 필수
그린피스는 매년 국내 ICT 기업을 대상으로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평가한 뒤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네이버의 경우 100% 재생가능에너지 전환 약속을 제대로 지키려는 노력을 하는지, 다음카카오의 경우 데이터센터를 임차해 사용하더라도 임대 업체에 재생가능에너지 전환을 요구하는지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미국 ICT 기업 대부분이 100% 전환을 약속했듯 정부와 국내 ICT 기업의 에너지에 대한 철학을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게리 쿡 그린피스 정보기술(IT) 분야 선임 분석가는 “세계에서 인터넷 속도가 가장 빠른 한국은 인터넷 이용률도 10년째 세계 평균보다 두 배 높다”라며 “이렇게 인터넷이 활성화한 데다 첨단 기술까지 갖춘 한국의 재생가능에너지 활용은 의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유명 IT 기업들이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약속하고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재생가능에너지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덧붙였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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