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고향의 한가위 - 김임수 [ 전우회 서부지회. 제186회. 2019.11.10.]

꿈 꾸는 소년 2020. 12. 10. 20:18

 파아란 하늘이 높아지는 가을, 벼 익은 황금들판에 참새 떼 날고 길가에 코스모스 하늘거리면 내 고향의 한가위가 생각난다. 들에는 穀食이 영글고 나무에는 과일이 익어가고 사람마다 人情이 넘치는 季節이니 말이다.

 

 내 어릴 적 고향의 추석은 아이들에게는 꿈과 浪漫이 豊盛한 잔칫날이었다. 윷놀이, 사물놀이 등 민속놀이로 어른들은 흥겹고, 색동옷 차려입은 누나들의 강강수월래 춤은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장대들고 달 따러 뒷동산에 오른다. 망월을 따면 달 속의 계수나무도 찾아보고 떡 방아 찧는 토끼와도 놀아보련다.

☞ 낭만 : 감미롭고 감상적인 분위기.

 

 "더도 말고 덜도 마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던 한가위. 봄날 파종 후 여름 동안 김 메고 물주며 농사로 허리 휜농부의 흐뭇한 성취감으로 結實의 季節에는 농부들의 마음도 넉넉하다.

 

 기억 너머 아련한 추억의 고향을 떠올리며 어린 시절 부르던 동요를 흥얼거려본다.

☞ 흥얼거리다 : 흥에 겨워 계속 속으로 노래를 부르다. 남이 알아듣지 못할 말을 자꾸 속으로 지껄이다. 

☞ 아련하다 : 똑똑히 분간하기 힘들게 아렴풋하다

 

 "바람아 바람아 불어라

 대추야 대추야 떨어져라

 아이들아 아이야 주워라

 어른아 아이야 잡숴라"

 

 그 時節 先山에는 밤, 대추, 감이 주렁주렁 매달린 나무들이 소년들을 산으로 달려오게 했다. 어른들이 산에 有實樹 심어놓아서 果實이 익는 한가위 날 자식들이 조상께 省墓하러 오면 밤 줍고 홍시 따는 즐거움과 함께 아름다운 風習을 體驗한다.

 

 序列대로 가족이 줄지어 서서 墓所에서 차례 지낸다. 차례가 끝나면 아이들은 과실나무로 달려가고 큰아버지, 아버지는 잔디에 앉아 談笑(웃고 즐기면서 이야기함.)를 나누셨다. 그리고 큰형은 靑山(풀과 나무가 무성한 푸른 .)의 솔밭 아래서 메마른 풀숲을 헤집고 조심스럽게 솔잎 쌓인 숲 속을 觀察한가 그곳에서 孤高한 姿態(모습이나 모양)를 들킬까봐 숨어있는 옹골진 송이버섯을 採取한다 日用하게 療飢(시장기를 겨우 면할 정도로 조금 먹음.)할 버섯 香氣에 취한 가족들이 즐거운 표정이 望月(음력 보름날 밤에 뜨는 둥근달.)처럼 밝다.

☞ 헤집다 : 긁어 파서 뒤집어 흩다. 이리저리 젖히거나 뒤적이다. 걸리는 것을 이리저리 물리치다.  

☞ 觀察 : 사물이나 현상을 주의하여 자세히 살펴봄.  

☞ 孤高하다 : 세상일에 초연하여 홀로 고상하다.

☞ 옹골지다 : 실속이 있게 속이 있다

☞ 採取 : 실속이 있게 속이 있다. 연구나 조사에 필요한 것을 찾거나 받아서 얻음. 

 

 식구들이 省墓하고 돌아올 때쯤 어머니는 햅쌀에 콩 섞어 기름기 자르르 흐르는 콩밥을 지어놓으신다. 가닥 김치 걸쳐 맛난 밥 한입에 넘기고 송이버섯 씹으면 입안에 향기가 가득 퍼진다. 한가위의 풍성함에 행복한 가족이다.

 

 우리 형제들이 추석날을 기다리는 것은 아버지가 명절에만 새 양복과 새 양말 그리고 새 신발을 사 주시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사 오신 옷과 신발을 벽장 속에 꼭꼭 숨겨두고 추석날 자식에게 선물하니 명절은 새 물건을 받는 즐거운 날로 기억된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기와가루 빻아 깨끗이 닦아 놓은 유기그릇 밥상에도 재미난 童心(어린아이의 마음.)이 가득하다. 맛난 반찬이 풍성한 한가위 날 식구들의 밥그릇이 눈부시게 반짝이는 상위에서 계란반숙 접시가 곱디곱게 반사되고 개구쟁이(심하고 짓궂게 장난을 하는 아이.) 동생의 이빨 빠진 얼굴이 거울처럼 비추면 극장에서 활동사진을 구경하듯 神奇하고 재밌었다.  

☞ 神奇하다 : 믿을 없을 정도로 색다르고 놀랍다. 

 

어린 시절 고향의 농촌에서 햅쌀밥 먹던 부모님 膝下의 그 가을이 그리워진다. 벼 익은 계절에 소년은 황금물결의 논둑에 서서 대나무 막대기에 진흙 채워 팔매질하며 참새 떼 쫓고 메뚜기 잡아 참기름으로 볶아먹던 일도 생각난다.

☞ 膝下 : 무릎의 아래라는 뜻으로, 어버이나 조부모의 보살핌 아래. 주로 부모의 보호를 받는 테두리 안을 이른다.  

☞ 팔매질 : 작고 단단한 따위를 손에 쥐고, 팔을 힘껏 흔들어서 멀리 내던지는 . 

 

 울밑에서 귀뚜라미 애절한 울음소리가 들리는 계절, 노을이 서산을 물들이고 새색하는 가을밤은 깊어간다.

 

 

☞☞분세상일에 초연하여 홀로 고상하다. 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