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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함재봉]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배울점

꿈 꾸는 소년 2011. 12. 2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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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화) 03:00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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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함재봉]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배울 점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

20세기는 중국과 미국의 운명을 갈라놓았다. 19세기 초만 해도 세계 총생산의 30%를 차지했던 중국은 20세기 초 ‘동방의 병자’로 조롱받는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때 조선 일본 베트남 등 주변국들이 앞다퉈 도입하려던 선진 문물과 제도의 요람으로 꼽힌 중화문명은 하루아침에 봉건적이고 후진적인 구습이 돼버렸다. 수천 년 동안 세계의 중심문명으로 가꿔온 제도와 관습, 가치가 중국을 허약하게 만든 주범으로 몰리면서 중국인 자신에 의해 철저하게 거부당하고 파괴됐다.

반면에 19세기 말만 하더라도 미국은 지역 패권국에 지나지 않았다. 국력이 상대가 되지 않는 멕시코로부터 텍사스에서 캘리포니아에 이르는 광활한 영토를 빼앗고, 원주민인 아메리카인디언을 ‘서부 개척’의 이름으로 학살하고, ‘먼로 독트린’을 통해 유럽 국가들이 미주대륙에 간섭하는 것을 원천봉쇄하고, 유럽의 최약소국 스페인을 상대로 억지로 전쟁을 일으켜 필리핀을 식민지로 빼앗는 모습은 전형적인 ‘동네 깡패’ 모습이었다.

그러나 20세기를 통해 미국은 완벽하게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 양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은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적국 독일과 일본을 끌어안으면서 새 국제 질서에 합류시켰다. 유엔 창설을 주도하고 브레턴우즈 체제를 확립해 세계 금융질서의 기틀을 잡고, 마셜플랜을 통해 유럽의 전후 복구를 가능하게 했으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확산을 통해 자유와 인권, 경제적 풍요를 신장시키고자 노력했다. 때로 자국의 국익에 역행하는 일이라도 자신들이 주창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키기 위해 개방된 국제경제 체제를 유지하고, 국제법과 제도를 만들고 대외원조를 제공하고, 국제분쟁의 해결에 적극 뛰어들면서 국제공공재(global public good)를 창출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미국은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자타가 공인하는 초강대국이 됐다.

美, 세계질서 유지로 大國이뤄

그런데 미국이 비단 군사력과 경제력만으로 이런 위치에 오른 것은 아니다. 미국은 때론 단기적 국익을 희생하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이 최고 문명국으로서 ‘소프트파워’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조 후반까지의 젊은이들이 선진문명을 배우러 중국을 찾았다면 이제 한국의 젊은이들은 미국 유학의 길을 떠난다. 좌파 사상가 그람시는 정치적 수준뿐만 아니라 지적 도덕적 수준의 통합을 이루어내고 추종집단의 자발적 동의와 지지까지 창출해내는 것이 진정한 헤게모니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패권국이다.

중국은 올해 신해혁명 100주년을 맞았다. 우연찮게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해가 근대공화국으로 출범한 지 정확히 1세기가 되는 해다. 중국은 그동안 ‘치욕의 1세기’를 보내며 절치부심했고 드디어 미국과 필적할 만한 강대국으로 부상했다.

문제는 중국의 부상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에 축복으로만 다가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경제적인 측면만 본다면 중국의 급속한 부상은 한국에는 분명 축복이었다. 중국은 30년에 걸쳐 연평균 10%대의 성장률을 유지했고 한국은 그 덕을 톡톡히 봤다. 중국과의 무역규모는 1995년 170억 달러에서 2010년 1452억 달러 규모로 급증했고, 우리는 줄곧 대중 무역수지 흑자를 유지해 왔다. 산업연구원의 통계에 따르면 2008년 상반기부터 2010년 상반기까지 국내총생산(GDP) 성장에서 대중 수출의 기여율은 52%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안보 측면에서 본다면 중국의 부상은 우려된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이후 중국은 국제 여론의 비난을 감수하면서 북한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일본과의 분쟁, 남중국해 주변국들과 영토분쟁을 야기하는 중국의 모습을 보면서 주변국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더욱이 중국의 국방비 증가율은 2001년 이후 지난 10년간 연평균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올해도 작년 대비 12.7%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中, 주변국 등돌리지 않게 해야

중국의 움직임은 한국과 일본 호주 태국 필리핀 베트남 인도 등 주변국들이 더욱 ‘친미적’이도록 하는 결과만 낳고 있다. 중국이 새롭게 갖게 된 힘을 어떻게 사용할지 모르기에 모든 주변국은 소위 ‘헤징(hedging)’을 시작한 것이다.

중국이 진정 ‘화평굴기’를 꿈꾸고 동북아의 평화질서를 주도할 수 있는 진정한 패권국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문화적 힘, 소프트 파워를 길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선 중국은 자국의 이익만 챙기는 몸집 큰 동네 깡패 같은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오히려 손해를 보더라도 동네의 질서를 잡고 치안을 유지하면서 모두가 마음 놓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동네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모두가 자발적으로 중국의 문물을 배우고 싶도록 만드는 매력적인 문명을 건설해야 한다. 중국이 진정한 G2가 되는 길이다.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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