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두 기수씩 입학해 현재까지 800여 명이 이 학교를 졸업했다. 현재는 한글과 노래 영어 댄스 등 9개과가 개설돼 있다. 매주 목요일 열리는 이 학교는 각종 강좌뿐 아니라 무료 점심과 건강검진, 이미용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실버대학은 사실 평생교육 개념이라 졸업한 뒤에도 교회에 오는 어르신이 많습니다. 졸업생들은 ‘대학원생’으로 부르죠. 여기서는 돌아가셔야 ‘진짜 졸업했다’고 합니다.”
최근 만난 교회 담임목사이자 학장인 박경배 목사(55)의 말. 교회는 이 대학 외에도 매년 봄 행복축제를, 가을에는 야유회를 열고 있다. 5월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행복축제에 5000여 명을 초청했다. 이제는 연례행사로 정착돼 교회 주변 식당과 미용실 등에서 십시일반 도움을 주고 있고 자원봉사자들도 효도하는 날로 여기고 있다.
“최근 영어반에서 공부한 어르신들이 영어연극대회에 나가 3등을 했습니다. 한글반에서 글을 배운 분들이 보낸 e메일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저보다 인터넷을 능숙하게 하는 분도 있습니다.”
제자들의 달라진 모습을 설명하는 박 목사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마치 늦공부가 터진 자식을 둔 부모 같다. 그가 노인 사역에 특히 관심을 가진 것은 1983년 작고한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계기가 됐다.
“왜, ‘내 새끼’라는 말 있잖아요. 욕이 아니라 정이 찰랑찰랑 넘치는 말이죠. 제가 그렇게 받은 사랑을 돌려 드리고 싶었습니다. 신학대에서 공부 열심히 해 좋은 목사, 남이 가지 않는 곳에 가는 목회자, 복지 목회자가 되고 싶다고 기도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정확하게 제 뜻을 이뤄주셨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교회의 경우 효를 성경적인 가르침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박 목사는 “예수님께서 스스로 효를 실천했고, 성경 곳곳에 효를 강조하는 대목이 나온다”며 “성경은 부모에게 효도하는 효경(孝經)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이제 교회의 관심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워 실버대학에조차 나오지 못하는 노인계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매주 목요일마다 80여 가구에 도시락 서비스와 목욕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 지체장애 때문에 휠체어에 앉아 있던 최윤택 씨(60·대덕구 법동)와 마주쳤다. 그는 “10여 년 전 새 교회가 건축될 때 장애가 있는 단 2, 3명의 교우를 위해 교회 입구에 경사로를 만들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며 “교회가 소외된 이웃의 작은 아픔까지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는 길 건너편에 내년 말 완공 목표로 지하 3층, 지상 6층 규모의 ‘송촌교육문화센터’(가칭)를 건축하고 있다. 나중에는 인근 대청호 부근의 폐교를 활용해 청소년과 노인을 위한 종합복지타운을 세우는 것이 목표다. ‘대형 건축’이 아니냐고 묻자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새로 건립하는 센터는 교회라는 이름도 넣지 않고 지역주민을 위한 교육문화공간으로 사용됩니다. 교회가 하나님과 신자만 섬기고 이웃에게는 닫힌 공간이 돼서는 안 되죠. 노인대학도 신자와 비신자의 비율이 50 대 50 정도입니다. 절대 예수 믿으라고 하지 않아요.”(박 목사)
이 교회에 대한 신자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한 신자는 “자원봉사를 하다 보면 내가 노인들을 돕고 있는 게 아니라 사랑과 복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말했다. 신자들이 봉사를 통해 얻은 감동은 다시 이웃을 위한 빛과 소금으로 바뀌고 있었다.
대전=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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