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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에 대한 대표적인 10가지 편견

꿈 꾸는 소년 2012. 3. 1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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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3.12(월) 03:00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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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여배우, 자살시도 후 당당히 찾은 곳은…

브룩 실즈

 정신질환에 대한 한국인의 편견은 뿌리가 깊다. 그런 탓에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방치하는 바람에 병을 더욱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맹제 교수가 실시한 2011년 전국 정신질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 4명 중 1명이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하지만 이들 중 단 한 번이라도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상담이나 치료를 받은 사람은 15%에 불과했다. 환자 중 85%가 치료 없이 방치되는 셈이다.

 인제대 의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동우 교수는 “정신질환을 앓고도 치료받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왜 치료받지 않았는지 이유를 복수로 물은 결과 응답자의 82%가 정신질환이 없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고 말했다. 이 조사에서 19%는 치료받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된다고 답했다.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 부족과 편견이 적절한 치료를 가로막는 주요 장벽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신질환에 대해 인식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 정신과 질환은 난치병?

 정신과 질환이라고 하면 흔히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만성질환으로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답은 ‘아니다’이다. 정신과 질환은 대부분 낫는다. 가장 치료가 잘되는 질환이 바로 우울증, 불안증이다. 이들 질환은 진단을 받고 제대로 치료를 받으면 70∼80%가 낫는다.

 하지만 대부분 방치된다. 그러다 보니 우울증의 경우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 불안증의 경우는 오랫동안 치료받지 않고 방치하면 증상이 깊어져 우울증과 같은 다른 질환을 동반한다.

 정신질환을 치료해서 잘 지내는 유명인도 많다. 외국 영화배우 브룩 실즈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는 자살시도를 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심한 우울증을 겪은 적이 있으나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완치됐다. 또 자신의 경험을 방송에 나와 당당히 얘기하고 일반인들과 공유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정신건강의학과 환자는 위험하다?

 일반인들이 가장 잘못 알고 있는 대목이다. 정신질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위험하지 않다. 정신질환자가 위험하다는 생각은 중증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 정신분열병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않고 방치될 경우 환청, 피해망상 등으로 심한 불안과 흥분 상태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정신분열병 환자들의 범죄율은 일반인보다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오해는 1차적으로 정신과 질환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생긴다”며 “일반인들이 정신질환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막연한 두려움도 이런 오해를 부른다”고 말했다. 정신건강의학과에 오는 환자 대부분은 우울증이나 불안증, 불면증 때문이며 이런 병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과 무관하다는 것.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받는 환자들이 많이 하는 질문은 “약이 독하지 않나” “중독되지는 않나”이다. 과거에는 입 마름이나 졸림 같은 부작용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주로 처방되는 약제들은 이런 부작용을 많이 없앴다.

 ○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 있어야

 정신질환처럼 편견이 심하고 인식 수준이 낮아 자살과 같은 심각한 결과를 낳는 경우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다. 따라서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한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두 배를 훨씬 넘는다. 2009년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는 28.4명으로 OECD에서 1위.

 조 교수는 “작년 한 해 일본의 자살예방 예산이 3334억 원인 반면 우리나라는 23억 원에 불과하다”면서 “정부가 정신질환 실태조사를 시작한 2001년 이래 세 번의 조사에서 정신질환의 높은 유병률과 낮은 치료율이 계속 문제로 드러나는데도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민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정부 차원에서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일 필요가 있다”며 “누구나 불이익을 걱정하지 않고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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