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소말리 맘
▷“나는 죽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소말리 맘은 이 시기를 이렇게 정의한다. 고객들이 “어리지 않다”는 이유로 그를 찾지 않게 되면서 1993년 프랑스 구호요원의 도움으로 성노예 생활이 끝났다. 그의 위대함은 여기서 시작된다.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됐음에도 자기 연민에 빠지거나 과거를 부정하지도 않는다. 매춘업소에 있을 때 ‘누군가 한 명이라도 나를 도와줄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실천에 옮겼다. 탈출 이후 거주하던 프랑스에서 고국으로 돌아온 그는 인신매매와의 전쟁에 뛰어든다.
▷1996년 프랑스 친구들의 도움으로 비정부기구인 아페십(AFESIP·Action for women in distressing circumstances)을 설립한 그는 지금까지 7000명이 넘는 성노예 여성을 구출해냈다. 구출하는 것은 순간이지만 어떻게 재활하느냐가 더 중요했다. 그는 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재봉 미용 등 직업기술을 가르쳤다. 사회로 나갈 때 소액대출을 해주고 자립 기반을 마련해줬다. 2007년 미국 뉴욕에서 소말리맘재단(SMF)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인권운동가로 변신한 그가 2012년 포스코 청암봉사상 수상자로 선정돼 어제 한국을 찾았다.
▷동남아 성매매 여성의 상당수가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네팔 등에서는 납치되거나 헐값에 팔려온 소녀들도 많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15일 백악관에서 열린 인신매매 퇴치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2700만 명이 인신매매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납치 감금된 여성의 성을 사고파는 것은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계약이 아니라는 점에서 현대판 노예제다. 탈북여성들의 상당수도 중국의 농촌으로 팔려가거나 성매매 조직에 걸려들고 있다. 나라에 망조가 들면 여성들이 가장 먼저 팔려나간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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