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성직자의 소득세
▷신부와 수녀는 천주교 주교회의 결정으로 1994년부터 갑근세를 낸다. 독신생활을 하는 신부 수녀들의 월급은 대부분 면세점 이하여서 실제 내는 세금은 거의 없다. 중앙집권적인 천주교와 달리 개별 교회 중심인 개신교나 지역 본말사(本末寺) 중심인 불교에서는 그에 필적할 만한 조직적 움직임이 없었다. 최근 개신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목회자의 자발적 소득세 납부를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NCCK에는 예수교장로회 통합 측, 기독교대한감리회 등 큰 교단이 속해 있다.
▷교회나 절이 가난하던 시절에는 누구도 종교인 면세를 문제 삼지 않았다. 교회와 절이 부유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큰 교회 목사들 중에는 사택지원비 도서지원비 등을 빼고도 억대 연봉을 받고 그것도 모자라 자녀에게 교회를 세습해주는 이도 있다. 절에서도 신도들을 위해 49재(齋) 등 제사를 지내주고 큰 수입을 올리는 스님이 적지 않다. 회사원은 매년 몇백만 원씩 세금을 내고 아낀 생활비로 헌금도 하고 시주도 하는데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골프를 치는 성직자들이 세금 한 푼 안내는 것은 불공평하다.
▷물론 대부분의 목사나 스님은 가난하다. 작은 교회나 시골교회 목사들은 사실상 비정규직 수준인 200만 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고 생활한다. 안거(安居)를 끝내면 해제비(解制費) 얼마 받아 산천을 떠도는 선승(禪僧)에게 소득을 말한다는 게 우습다. 실제 종교인 과세를 실시해도 상당수 종교인은 면세점 이하의 소득을 얻고 있어 과세 비용에 비해 걷히는 세금은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그래도 조세는 형평이 중요하다. 종교인 과세는 세무당국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데 그런 공약을 내거는 ‘용감한’ 정치인은 본 적이 없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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