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소영]우리에게 미국이 중요한가, 중국이 중요한가?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실제로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위치는 하향세를 보이고 있고, 중국의 위치는 크게 부상하고 있다. 세계 국내총생산(GDP) 중 미국의 비중은 1990년 26.2%였으나 2010년에는 23.1%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는 반면 중국의 비중은 1990년 1.6%에 불과했으나 2010년 9.4%로 급속히 증가했다. 중국과 미국의 물가 차이를 감안해 비교하면 중국과 미국의 격차는 더욱 줄어든다. 2010년 기준 미국의 비중은 19.3%, 중국의 비중은 13.5%다. 1990년 중국의 무역은 세계 무역의 1.2%에 불과했으나 2010년 8.8%로 급상승했고, 같은 기간 미국은 13.5%에서 11.3%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세계경제서 중국 비중 크게 높아져
한국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전통적으로 같은 문화권에 속해 있기 때문에 중국 경제의 비중이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1992년 중국과 수교를 시작한 이후 중국과의 무역은 급격히 증가해 현재 한국의 최대 무역국이 됐다. 2010년 한국의 전체 상품 및 서비스 무역 중 중국의 비중은 20%를 초과했다. 반면 오랫동안 한국의 최대 무역국이었던 미국과의 무역 비중은 점차 감소해 2010년 중국보다 훨씬 적은 12.6%가 됐다. 대(對)중국 무역 증가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으로선 중국이 이미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국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국가 간의 경제 관계는 상품과 서비스의 무역만으로 정의될 수 없다. 전통적인 국가 간의 경제 관계에선 상품의 교역이 가장 중요했으나 최근 급격히 증가하는 국가 간의 자산 거래(직접 투자, 주식 채권 등 포트폴리오 투자, 은행의 대출, 차입 등)는 보다 현대적인 경제 관계에서 점점 중요해지는 요인이다. 해외 경기의 변화는 무역 연계뿐 아니라 금융 혹은 자산 연계를 통해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해외 경기의 하강으로 한국이 투자한 외국 기업의 수익률이 하락하고 한국이 보유한 외국의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욱이 과거 경험에서 보듯 외국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은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증폭시키고 금융위기, 외환위기를 초래하는 등 한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산 거래 측면에서 어떤 국가가 한국에 더 중요한가? 미국의 세계 경제에서의 위치는 하락하는 추세이나 자산 거래 측면에서 본다면 미국이 중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2010년 기준 한국의 대외투자(한국이 보유한 외국 자산)와 외국인투자(외국이 보유한 한국 자산) 중 미국의 비중은 25.3%인 반면 중국은 6.6%에 불과하다. 이것은 한국의 외환보유액을 제외한 수치로서, 한국이 많은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고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이 미국 달러 자산인 것을 고려하면 미국과 중국과의 차이는 훨씬 더 크다.
더욱이 한국의 대중 무역의 상당 부분은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이고, 중국 수출의 상당 부분은 이러한 수입 중간재를 조립해 최종재를 만든 후 미국 등 선진국에 판매하는 것이다. 즉 한국의 제1수출국은 중국이지만 궁극적으로 중국을 대상으로 한 한국 수출품의 상당 부분이 선진국으로 수출된다는 것이다. 중국을 통한 선진국으로의 간접 수출을 포함하면 미국은 여전히 한국의 중요한 무역국이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의 경기 침체는 직접적으로 한국의 선진국 수출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중국의 선진국 수출 감소를 초래하고 이는 한국의 대중 중간재 수출 감소를 초래해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자산거래 측면선 미국 비중 압도적
결국 한국과 중국의 무역 연계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고, 중국이 압도적인 한국의 제1 교역국이 됐지만 아직도 미국 경제는 한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이 향후 지속적으로 견고한 성장을 이루어낸다면 한국 경제에 대한 영향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내수시장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위안화 국제화와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에 비해 한국 경제에 압도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상황이 향후 몇 년 내에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국은 미국, 중국과의 비대칭적이고 복잡한 국제 무역 및 금융 연계를 정확히 이해해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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