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윤창현]7번째 20-50클럽 대한민국 파이팅!
윤창현 객원논설위원·한국금융연구원장
반세기 만에 일군 경제 기적
그러던 대한민국이 ‘20-50클럽’에 가입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일인당 소득이 2만 달러 이상으로서 1000달러의 ‘20’배를 넘었고 인구가 5000만 명으로서 100만 명의 ‘50’배를 막 넘어섰다. 특히 6월 23일을 기준으로 인구가 5000만 명이 되었다니 감개가 무량하다. 물론 2만 달러는 2007년에 돌파한 후 달러 기준으로 줄어들었다가 2010년에 다시 돌파했지만 당시는 인구가 5000만 명이 안 된 상황이었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를 보통 G7이라 부르는데 이 중에서 인구가 5000만 명이 안 되는 캐나다(3400만 명 정도)를 제외한 6개국만이 20-50클럽에 해당된다. 그런데 며칠 전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7번째로 이 기록을 달성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들 중에서 처음이고 개도국 중에서도 처음이다.
경제성장론을 연구한 세계적 석학 수준의 경제학자들이 ‘기적’이라고 일컫는 상황이 우리 눈앞에,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가시화한 것이다. 1960년 기준으로 인구 약 2500만 명, 일인당 소득 80달러, 국내총소득 20억 달러였던 나라가 50여 년 만에 단순 계산으로 인구는 두 배, 일인당 소득은 250배, 국내총소득은 500배가 넘은 셈이니 기적이라는 단어가 별로 어색하지 않은 것이다.
사실 인구가 많으면 소득이 적고 반대로 소득이 많으면 인구가 적은 경우가 많다. 우리가 모델로 삼는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인구가 1000만 명 이내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아이슬란드 같은 나라는 일인당 소득이 5만 달러를 넘었던 적도 있지만 인구가 32만 명 정도밖에 안 돼 국제무대에서 큰소리를 내지는 못하는 것 같다. 우리의 인구 규모가 돋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피그스(PIIGS) 혹은 집시(GIPSI)로 불리는 남유럽 재정위기의 당사자 국가들(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이 섬나라인 아일랜드를 제외하면 모두 반도에 속한 국가들이라는 점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이베리아 반도에 있고 이탈리아는 이탈리아 반도, 그리스는 발칸 반도에 속해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반도에서 남쪽보다는 북쪽이 잘산다. 스페인은 북쪽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한 카탈루냐 지역이 경제의 중심지다. 이탈리아도 남쪽 로마보다는 북쪽의 밀라노 인근 지역이 훨씬 부유하다.
고령화 양극화 저출산 극복해야
그러고 보면 대한민국도 남유럽 국가들처럼 반도에 위치한 국가이고 위기를 당한 적이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위기를 당하고 이를 잘 극복한 후 지금은 잘 버티면서 국력이 신장되고 있고 한반도 전체를 보면 남쪽이 북쪽에 비해 훨씬 더 잘살고 있다는 것은 큰 차이점이다.
컵에 물이 ‘반씩이나 차 있다’는 얘기도 가능하지만 ‘반밖에 없다’는 표현도 맞는다고 보면 우리가 이루어낸 것만큼이나 이뤄야 할 것도 많은 상황이다. 가깝게는 가계부채 문제에서 시작해 고령화 양극화 저성장 저출산 문제도 극복해야 할 태산 같은 과제들이다.
물론 통일이라는 주제도 만만치 않은 숙제다. 통일이 되면 남북한을 합쳐 인구가 7400만 명에 국토 면적이 당장 두 배로 증가하지만 북쪽을 제대로 개발하는 문제와 힘들게 사는 북쪽의 2400여만 명을 잘살도록 도와야 한다는 부담은 상당하다. 숫자놀음이기는 하지만 북한의 일인당 소득이 1000달러 정도임을 감안할 때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한반도 전체로는 일인당 소득이 1만5000달러 정도로서 20-50클럽 기준에는 못 미친다. 통일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하다.
졸업도 그렇지만 입학도 축하할 일이다. 앞으로 남은 과제가 많기는 하지만 20-50클럽 가입은 일단 축하 한번 화끈하게 할 만한 경사다. 대한민국에 발을 딛고 살면서도 대한민국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마음은 딴 곳에 가 있는 사람들을 보며 가슴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을 조국으로서 신뢰하고 아끼면서 대한민국의 ‘아픔’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대다수의 국민이 건재하다. 그분들과 함께 다시 한 번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윤창현 객원논설위원·한국금융연구원장 yun3333@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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