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첫 900조 돌파
22일 한국은행의 ‘2011년 가계신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현재 가계부채(가계신용 잔액)는 912조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이 858조1000억 원, 판매신용(신용카드 등의 사용 이후 결제대금 납부 때까지 생기는 빚)이 54조8000억 원이었다.
가계부채는 전 분기보다 22조3000억 원(2.5%) 늘었으며, 2010년 말에 비해서는 66조 원(7.8%) 증가했다. 전년 대비 가계부채 증가 폭은 카드대란이 일어난 2003년 1.7%에 그치다가 점차 늘어 2006년 11.4%로 급증했으며, 이후 줄곧 8∼9%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기간 실질 경제성장률을 훨씬 뛰어넘는 증가 폭이다. 가계부채 절대금액도 2002년(464조7000억 원) 이후 10년도 안 돼 두 배 가까운 규모로 불어났다.
예금 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중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455조900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6조2000억 원,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비(非)은행기관은 186조8000억 원으로 7조9000억 원이 각각 늘어났다. 또 보험사와 카드사(현금서비스), 대부업체 등 기타 금융기관의 대출 잔액도 215조4000억 원으로 5조 원 증가했다. 기타 금융기관의 증가액은 전 분기 2조3000억 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시중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저(低)신용자들이 제2금융권에 몰리면서 부채의 질도 나빠진 것이다. 최근 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가 일정 부분 ‘풍선효과’를 일으킨 결과로 추정된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증가는 소비를 줄이고 기업들의 매출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가져온다”며 “원금과 이자 상환 부담 때문에 저마다 가진 예금을 해약하고 보험도 깨는 초기 단계에 이미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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