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신연수]누군가 다 보고 있다, 내 돈을
▷특별한 사람들한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전세 계약금을 내려고 현금을 찾거나 동창회 총무를 맡아 하루 2000만 원 이상 회비를 걷으면 본인은 물론이고 돈을 보낸 사람들의 자료까지 FIU에 보내진다. 내가 누구한테 돈을 부치고 받았는지 금융 당국이 손바닥에 놓고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셈이다. 리포트형 ‘의심 거래’ 보고는 지난해 29만 건, 자동으로 이뤄지는 2000만 원 이상 ‘고액 현금거래’ 보고는 1000만 건이나 됐다.
▷CJ그룹의 해외 차명계좌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FIU로부터 자료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FIU가 주목받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FIU는 2001년 11월 설립됐다. 마약 밀수 테러 같은 국제적인 범죄 자금의 조달과 돈세탁을 막기 위한 것이다. ‘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FATF)’의 합의에 따라 대부분의 금융선진국이 FIU를 두고 있다. 금융위와 검찰 경찰 국세청 관세청에서 파견된 전문가 59명이 근무하며, 수상한 거래가 발견되면 관련기관에 알려준다.
▷국세청이 탈세가 의심되는 사람이나 기업의 거래 명세를 요구하면 FIU가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FIU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다음 달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국세청은 더 잘 드는 ‘칼’을 갖게 된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기 위해 김영삼 정부는 금융실명제를, 김대중 정부는 신용카드 사용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내놨다. 박근혜정부는 금융 정보의 보물창고인 FIU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마침 해외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한국인 245명의 이름이 하나씩 나오고 있다. 검은돈 주고받은 사람들 밤잠 못 자게 생겼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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