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장강명]나이 차 많이 나는 결혼
▷디캐프리오처럼 모델 같은 미녀만 사귀는 바람둥이를 미국 구어로는 ‘모델라이저(modelizer)’라고 한다. ‘트로피 와이프(trophy wife)’라는 말도 있다. 성공한 남자들이 나이 든 조강지처를 버리고 맞아들이는 젊고 예쁜 새 아내를 전리품에 빗댄 것이다. 대표적인 ‘트로피 와이프 수집가’가 미국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다. 트럼프와 트로피, 왠지 발음이 비슷하다. 모델라이저와 트로피 와이프 수집가는 여성의 육체적 매력을 매우 중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수컷들은 원래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려니 좀 억울하다. 육체적 매력이 이성관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육체적 매력에만 집착하는 사람은 남자고 여자고 간에 속이 깊어 보이진 않는다. 생각과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 서로 알아 가고 감정과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지 그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그건 곧 인생을 모른다는 말과 같다.
▷어린 시절의 우상이던 서태지(본명 정현철) 씨가 16세 연하의 배우 이은성 씨와 결혼한다는 소식이, 그래서 조금 찜찜했다. 사실 이 씨의 인간적 매력에 대해 알지 못하며, 남의 사생활에 간여할 바도 아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다른 멤버 이주노 양현석 씨가 모두 열 살 이상 어린 부인을 맞았기에 잘못된 선입견을 가졌을 수도 있다. 두 사람이 행복하게 해로하면서 그런 선입견을 불식시켜 주면 좋겠다. 아직 젊은 이 씨가 ‘서태지의 아내’에 머물지 않고 배우 활동이든 다른 일이든 자기 길을 찾아 걸어간다면 더 멋질 것 같다.
장강명 산업부 기자 tesomiom@donga.com
'횡설수설<동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횡설수설/신연수]누군가 다 보고 있다, 내 돈을 (0) | 2013.05.23 |
---|---|
[횡설수설/신연수]야후의 미녀 CEO, 성공적인 10개월 (0) | 2013.05.22 |
[횡설수설/송평인]악수의 정치학 (0) | 2013.05.09 |
[횡설수설/송평인]임을 위한 행진곡 (0) | 2013.05.07 |
[횡설수설/송평인]주사보 변호사 (0) | 2013.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