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임을 위한 행진곡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로 시작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부르다 보면 오른팔이 저절로 올라간다. 1980년대 이후 대학가 집회는 이 곡으로 시작해 이 곡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주항쟁 이후 투쟁을 고취하는 노래들이 많이 만들어졌는데 ‘임을 위한 행진곡’은 그 초입에 만들어진 노래다. 그것은 1970년대 김민기의 ‘아침이슬’이라든가 ‘늙은 군인의 노래’가 운동과는 전혀 상관없이 만들어졌으나 저항 가요가 된 것과는 다르다.
▷국가보훈처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처음 맞는 올해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참석자 제창 순서에 넣지 않고 합창단이 부르도록 할 계획이다. 보수층 일부에서 익숙하지도, 그 내용에 동의하지도 않는 데모가를 부르는 데 불편함을 느끼고 있음을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5·18 기념 단체들은 이 곡을 제창하지 않으면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아침이슬’만 한 보편성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이 곡은 여전히 운동권의 부정적 측면인 배타성을 강화하는 데 쓰이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은 당 행사에서 애국가 제창 대신 이 곡을 불렀다. 통진당도 그 전례를 따르다가 여론의 포화를 맞고서야 태도를 바꿨다. 그렇다고는 하나 부르지 말자는 것도 옹색하다. 보훈처가 4800만 원을 주고 기념곡을 공모한들 그런 곡을 누가 진정성을 갖고 부르겠는가. 그래도 한 곡을 고르자면 역시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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