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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김인성]포털로 죽어가는 ‘인터넷 한국’

꿈 꾸는 소년 2013. 7. 1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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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6 03:00:00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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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김인성]포털로 죽어가는 ‘인터넷 한국’

김인성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한국 인터넷 사용자 10명 중 9명 이상이 정보 검색과 뉴스를 볼 때 포털을 이용한다. 그 9명 중 8명은 네이버를 사용한다. 한국인의 인터넷 활동은 ‘네이버에서 시작해 네이버에서 끝난다’고 말할 수 있다. NHN(이하 네이버)은 올해 매출 3조 원을 바라보고 있다. 포털의 성장과 함께 한국 인터넷도 성장했을까? 포털의 매출이 늘어나는 만큼 중소 인터넷 사이트들이 고사하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현실이다.

우선 포털은 외부 사이트를 경쟁자로 볼 뿐 상생하려 하지 않는다. 인기 서비스가 출현하면 바로 이것을 베낀 서비스를 출현시킨다. ‘카카오톡’이 인기를 끌자 다음(Daum)은 ‘마이피플’을, 네이버는 ‘네이버톡’을 만들었다. 가능성 있는 서비스는 인수합병을 함으로써 벤처 기업들이 수익을 얻을 기회를 주어야 그들이 또 다른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지는데 우리는 인기 서비스를 만든 벤처들이 포털 때문에 더 빨리 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포털의 ‘키워드 검색 광고’다. 포털의 수입 대부분은 광고에서 나온다. 네이버의 경우 게임 분야 매출이 6000억 원인 반면에 광고 수익은 1조7000억 원에 이른다. 광고 수익은 중소 업체들의 광고비에서 나온다. 사용자들은 뉴스와 검색을 공짜로 사용하고 블로그와 카페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 포털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보이겠지만 뒤편에는 눈물 흘리는 사람이 많다.

포털 서비스를 찾는 사람이 많을수록 광고 단가도 오르기 때문에 포털은 단가를 높이기 위해 사용자를 포털 내부에 ‘묶어 두는’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콘텐츠 도둑질이 자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검색을 하면 포털 내부 자료를 가장 먼저 보여줌으로써 사용자들이 포털 외부로 나갈 가능성을 줄인다. 블로그, 카페, 지식인 등 포털 내부 자료가 다른 사이트에서 퍼온 복제품인지 여부는 따지지 않는다. 포털 밖에서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비용을 들여 힘들게 콘텐츠를 만들어 올려도 검색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반면에 이것을 불법으로 포털 내부로 퍼 간 사용자들은 손쉽게 자기 블로그의 방문자를 늘릴 수 있다. 이에 대해 포털 측에 항의를 해도 “불법 복제는 저작권자와 복제자 간의 다툼이기 때문에 우리는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원본보다 자기 포털 내부의 불법 복제 자료를 먼저 보여주는 검색 시스템으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불법 복제를 한다. 자기 블로그의 조회수를 더 올릴 수 있어서다.

그뿐만이 아니다. 포털의 독점적 지위를 활용한 독점 계약으로 각종 콘텐츠 업체들은 고사 직전인 상태다. 사람들이 검색을 하면 포털은 백과사전이나 전문 자료 사이트로 바로 연결해주지 않는다. 독점 계약을 통해 백과사전 지식을 통째로 내부에 쌓고 있는데, 이 백과사전을 보려면 포털을 거쳐 가야 한다. 백과사전 사이트가 독립해 있다면 다양한 검색 사이트가 이를 활용할 수 있겠지만 특정 포털이 이를 독점하는 바람에 다른 콘텐츠 사이트는 자생력을 갖지 못하게 된다.

포털로 수직 계열화가 이뤄지면서 각종 분야는 포털의 하위 서비스로 편입돼 가고 있다. 웹툰 서비스가 그렇다. 초기부터 웹툰 전문 사이트로 발전했다면 경쟁력 있는 다양한 웹툰을 번역해 세계적인 상품으로 성장시키거나 웹툰을 활용한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에 전념했을 것이다. 하다못해 웹툰 연재 면에 관련 캐릭터 상품란이라도 만들어 작가의 수입을 지금보다 훨씬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포털은 이런 부분에 별 관심이 없다. 오히려 지금도 웹툰으로 적자를 보고 있다며 투자에 소극적이다. 실제로 웹툰을 정식 연재하는 작자들도 최소 생계비를 조금 넘는 월급쟁이에 불과하다. 자유로운 인터넷 환경에서 포털에 대한 규제는 외국 업체만 살찌우는 역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인터넷은 포털의 독점 구조로 죽어가고 있다.

김인성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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