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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최성진]‘디지털 방송 난민’ 없애려면

꿈 꾸는 소년 2012. 12. 18.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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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8(화) 03:00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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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최성진]‘디지털 방송 난민’ 없애려면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첨단 정보기술(IT)이 발달함에 따라 스마트폰, 스마트TV,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N-스크린 등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걸맞은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시장규모 측면에서 방송 매출액, 시청률, 광고시장 규모 등을 보면 텔레비전은 지금도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매체이며 우리는 그 영향력 아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800만 가구 새해에도 ‘아날로그’시청

우리나라는 1961년 아날로그 흑백TV 방송에서 출발해 1970년대 말 컬러TV로 전환됐고, 이달 말이면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하고 디지털 방송으로 대전환한다. 고화질, 고품질의 다양한 방송프로그램이 제공됨으로써 국민들이 선진화된 방송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2000년 초부터 디지털 방송을 준비해 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현재 디지털 지상파 방송 보급률이 99.3%에 이른다고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수치상으로는 국민 대다수가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지상파 방송을 직접 수신하는 가구는 전체 가구 수의 9%에 미치지 못한다. 즉, 국내 가구 중 90% 이상은 케이블 방송, 위성 방송 등 다양한 유료 방송에 가입해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고 있고, 이 중 약 800만 가구는 디지털 방송을 전면 실시하는 새해에도 아날로그 방송을 시청할 수밖에 없어 이른바 ‘디지털 방송 난민’이 되는 셈이다.

정부 정책의 잘잘못을 얘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시청자를 위해, 진정한 디지털 방송을 제공하기 위해 유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다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유료 방송 가입자가 고화질(HD) 방송을 시청하려면 암호화를 해독하는 셋톱박스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셋톱박스는 고가라서 유료 방송 사업자는 투자비용 부담으로, 이용자에게는 임대비용 부담으로 작용해 유료 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큰 걸림돌이 된다. 이를 유료 방송 사업자만의 책임으로 떠넘길 수 있는 문제인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술표준 개정, 세제 지원, 저소득층 지원 정책 등 유료 방송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 중 방송법의 근간을 흔들지 않으면서 실현 가능성이 높은 방법 몇 가지를 제안한다.

먼저, 고가의 셋톱박스가 필요 없는 8VSB기술 방식의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 현재 지상파 방송에만 제한돼 있는 이 전송 방식을 케이블 채널로 확대할 경우 디지털TV 수상기를 갖춘 유료 방송 가정이면 셋톱박스가 없어도 당장 고화질 채널을 시청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방식을 도입하면 요구되는 채널의 대역폭(정보를 전송할 수 있는 능력)이 기존 방식보다 커지기 때문에 채널 수가 지금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부 PP(program provider·프로그램 공급 사업자)들은 이 전송 방식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계층간 불평등 현상 초래할 것

또 다른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이 클리어 쾀(Clear QAM) 기술 방식이다. 클리어 쾀은 셋톱박스 없이 저렴하게 볼 수 있는 디지털 케이블 방송을 말한다. 현재 디지털 케이블TV는 도시청(盜視聽)을 막기 위해 신호에 암호 처리를 하여 쾀 방식으로 방송신호를 송출하고 있는데, 그 대신 디지털TV에 클리어 쾀 칩을 장착하면 차후 디지털TV를 구입한 계층은 누구나 다양한 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유료 방송을 포괄하는 정책들이 조속히 도입되지 않는다면 디지털 전환 정책은 반쪽짜리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다. 이로 인해 원래 목표로 한 시청자 복지 구현 등을 실현하지 못하고 디지털 격차로 계층 간 사회적 불평등 현상을 초래할 것이다. 어떤 일이든 반대의 목소리는 있기 마련이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 판단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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