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한류’ 릴레이 인터뷰]<3>NHN 김상헌 대표
김상헌 NHN 대표는 “구글은 세계 어디서나 똑같은 공산품이지만 네이버는 지역특징을 최대한 존중하는 일종의 지역특산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2년 전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과연 골목대장이 글로벌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려했다. 하지만 NHN은 구글과 페이스북, 애플의 물결 앞에서도 국내 시장에서 계속 1위를 지켰다. 글로벌 업체를 베끼는 대신 자신의 서비스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해 다른 발전 방향을 제시한 덕분이다.
지난달 11일 경기 성남시 NHN 본사에서 김상헌 대표를 만났다. 그는 “지난 2, 3년은 모든 게 격변했지만 올해는 승자가 가려질 것”이라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처럼 산업 구조를 뒤흔드는 변화가 한동안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우리는 방향을 잡는 걸 제일 잘할 자신은 없어도 방향이 결정된 뒤에는 가장 잘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1등을 빠르게 따라잡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이었다.
남의 꽁무니나 뒤쫓겠다는 얘기처럼 들리지는 않을까. 김 대표는 “세계를 무대로 1만 명이 넘는 기술자를 두고 사업을 벌이는 구글과 달리 우리는 고작 몇백 명의 엔지니어로 경쟁한다. 그래도 구글 서비스를 대충 따라간다는 게 놀랍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뒤만 쫓으면 결국 1등을 앞서는 건 불가능하다. 김 대표는 1등과는 다른 방식이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구글이 권위 있는 음식점 리뷰인 ‘자갓’을 인수한 걸 예로 들었다. “구글은 검색 능력은 뛰어나지만 공개되지 않는 음식점 리뷰 같은 알짜 정보는 검색하지 못했다”고 했다. 네이버는 이미 2009년 국내의 음식점 리뷰 서비스인 ‘윙버스’를 인수했는데 구글보다 앞서서 자체 콘텐츠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란 설명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세계 1위인 페이스북과도 다르다고 했다. 그는 “시장조사업체 컴스코어가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페이스북이 1위를 못하는 나라가 세계에서 단 7개국인데 그중 하나가 한국”이라며 “‘네이버 카페’ 덕분”이라고 말했다. 카페는 10년도 넘은 단순한 인터넷 게시판 서비스다. 정교한 기술이 뒷받침되는 페이스북과는 경쟁 대상으로 주목받은 적조차 없었다.
김 대표는 “우리는 카페를 다르게 해석한다. 오프라인에서 아는 사람들 사이의 네트워크인 페이스북과 달리 카페는 모르는 사람끼리 관심사로만 만든 네트워크”라며 “최근 동호회적 성격을 추가하려는 페이스북도 부러워할 NHN만의 자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얘기를 하면서 지난해 11월 있었던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와의 만남도 소개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유명 벤처캐피털리스트 유리 밀너의 생일파티에 초청받았는데 그곳에서 만난 저커버그가 “NHN에 관심이 많은데 여기 하루만 더 있으면서 따로 얘기 좀 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해외에선 NHN이 구글과 페이스북을 이긴 기업으로 유명하다”고 자랑했다.
일부에선 NHN의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정교한 기술로 자동화된 서비스를 선보이는데 네이버는 검색결과를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조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를 미술관의 큐레이터에 비교했다. 사람의 시선이 제일 적절한 정보를 찾아준다는 것이다. 대신 이를 네이버가 하지 않고 사용자의 힘을 빌리는 데 기술을 쓴다고 했다. 뉴스캐스트와 오픈캐스트가 이런 식으로 언론사와 누리꾼에게 큐레이팅을 맡긴 경우다. 그는 “세상이 점점 복잡해질수록 큐레이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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