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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PC 파일, 스마트폰으로 꺼내 작업

꿈 꾸는 소년 2012. 2. 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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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8(수) 03:00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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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PC 파일, 스마트폰으로 꺼내 작업

《 A기업 박모 차장. 거래 회사와의 약속 때문에 외근을 나갔다가 급하게 자료를 찾을 일이 생겼다. 문제는 자료가 사무실 데스크톱 컴퓨터에 들어 있다는 것.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노트북을 들고 나오긴 했지만 사무실 데스크톱 하드디스크에 접근할 수는 없다. 할 수 없이 회사 동료에게 부탁해 자료를 자신의 e메일로 보내 달라고 했다. 폐를 끼친 것 같기도 하고 보안 규정도 신경이 쓰여 기분이 영 찝찝하다. 반면, B기업 김모 과장의 상황은 다르다. 외근을 나와도 사무실 데스크톱에서 하던 작업을 그대로 할 수 있다. 인터넷 접속이 되는 카페에서 노트북을 펼치고 로그인만 하면 회사 데스크톱과 똑같은 화면이 뜬다. 나오기 전에 작업했던 파일도 그대로 불러다 열 수 있다. 》

김 과장의 노트북에 해당 업무용 소프트웨어가 깔려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김 과장이 밖에서 사용한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는 무엇일까? 사실은 기업 데이터센터에서 원격으로 접속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돌아가고 노트북은 일종의 ‘가상 데스크톱’을 보여주고 있던 것이다.

최근까지 기업 업무의 필수품이었던 데스크톱이 최신 ‘가상화 기술’과 접목되며 사무실 환경이 크게 바뀌고 있다. 가상화는 물리적으로 실재(實在)하지는 않지만 마치 있는 것처럼 보여주는 기술이다.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및 데이터를 저장한 뒤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이용해서 기존 개인용 컴퓨터(PC)의 사용 환경을 똑같이 구현한 것이다.

이 시스템을 도입한 기업은 데이터센터의 서버에 직원 수대로 가상 데스크톱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 영업용 소프트웨어, 오피스 프로그램, 사내 메신저 등 기업용 프로그램을 깔아놓는다. 직원들은 데스크톱, 노트북, 스마트폰 등으로 자신의 가상 데스크톱에 접속해 작업할 수 있다. 실제 운영체제(OS)와 앱은 데이터센터에서 관리하지만 사용자는 자기 자리에서 데스크톱을 쓰는 것과 차이를 느낄 수 없다.

이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면 사용자는 시간과 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볼 수 있고 기업은 컴퓨터 및 앱 관리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내 자리, 내 컴퓨터라는 의미도 사라진다. 어떤 기기를 이용해도 작업할 수 있기 때문에 ‘BYOD(Bring Your Own Device·당신의 기기를 가져오세요)’ 정책을 펼칠 수 있다. 가상 데스크톱 안에는 자신이 쓰는 프로그램과 데이터가 들어 있어 업무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어디서나 준비된 사무실이 갖춰지면서 진정한 ‘모바일 오피스’ 및 ‘스마트 워크’가 구현되는 것이다.

보안정책도 단계별로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어 큰 문제가 안 된다. 사용자 레벨별로 권한을 지정해 주요 데이터는 임원 이상만 볼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다.

가상 데스크톱은 10여 년 전부터 연구와 개발이 진행돼 왔지만 본격적으로 보급된 것은 2010년 이후다. 정보기술(IT)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가상 데스크톱 호스트 서버 수가 2013년에는 4900만 대로, 시장 규모는 657억 달러(약 73조 원)까지 늘 것으로 전망했다.

시트릭스시스템스, VM웨어 등이 가상 데스크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이다. 국내에서는 KT, 국민연금공단, 행정안전부, 삼성SDS, 풀무원, 부산대 등이 가상 데스크톱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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