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영해]삼성전자가 베트남에 간 이유
▷삼성전자는 2008년 경북 구미의 휴대전화 사업장을 확장하는 방안과, 해외에 공장을 신설하는 방안 두 가지를 놓고 검토한 끝에 베트남 진출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베트남의 인건비는 아주 싸다. 고졸 여직원들의 월 급여(초과근로수당 포함)는 베트남이 353달러로 한국(3715달러)의 10분의 1도 안 된다.
▷이 회사는 2012년 베트남에서 1만9665명의 생산직 사원을 뽑았다. 같은 기간 구미공장 채용 인원은 고작 175명이다. 공장 인근 200km 이내의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에서 고교 졸업생을 모집하지만 대부분 공장 일에는 손사래를 친다. 너도 나도 대학문을 두드리는 데다 취업 희망자들은 서울 쪽을 원하고 업종도 서비스업을 선호한다고 한다. 사정이 이러니 왜 해외로 나가느냐고 기업들 탓을 하기 어렵다. 업무 숙련 속도는 초기에는 한국 근로자가 빠르지만 베트남 직원들도 3개월 지나면 엇비슷해진단다. 냉방 시설이 갖춰진 공장이 집보다 훨씬 시원해 직원들이 잔업 더 시켜 달라고 조르는 판이다.
▷베트남 정부는 삼성전자에 공장부지 112만4000m2(약 34만 평)를 공짜로 내놨다. 법인세는 4년 동안 한 푼도 안 내고 이후 12년간 5%, 다음 34년 동안 10%를 내면 된다. 한국(22%)과 비교가 안 된다. 수입관세와 부가가치세는 면제, 전기·수도·통신비는 절반 수준이다. 정부가 통제하니 노조가 파업해도 4시간이면 대충 끝난다. 베트남 정부는 2만여 명에게 번듯한 직장을 선사한 한국 대기업에 무척 고마워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호찌민에 1조 원을 들여 가전공장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축구장 100개만 한 크기다.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할 생각은 않고 대기업의 애국심에만 호소하기에는 세계가 너무 가까워졌다.―하노이에서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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