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SNS 공간의 ‘침묵의 나선’
▷사람은 아무리 타당한 의견이라도 주위 사람 대부분이 반대하는 견해라고 생각하면 침묵하는 경향이 있다. 다들 짜장면을 시킬 때 나 혼자 짬뽕을 주문하긴 쉽지 않은 일이다. 독일 언론학자 엘리자베트 노엘레노이만은 이렇게 침묵하는 사람으로 인해 여론 형성이 나선 또는 소용돌이처럼 어느 한 방향으로 쏠리는 현상을 ‘침묵의 나선’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한 방향으로 쏠린 여론은 실상을 반영하지 못한다. 선거 때 여론조사와 투표 결과가 다른 것은 침묵하던 사람들의 의견, 즉 ‘숨은 표’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침묵의 나선’ 이론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서도 작동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페이스북 친구들과 견해가 비슷하다는 사람이 에드워드 스노든 폭로 사건에 대한 온라인 대화에 참여할 확률은 견해가 다르다는 사람보다 약 2배가 높았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의 최근 보고서에서다. 온라인상에서 논쟁을 피하려는 사람들은 직장에서나 친구와의 대화에서 논쟁적인 대화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였다.
▷다음 아고라나 일간베스트 같은 사이트를 보면 인터넷 공간에서 의견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현상은 우리나라가 훨씬 더한 것 같다.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김영오 씨의 단식을 지지하는 댓글 수백 개가 붙은 공간에서 김 씨의 행동을 비판하는 의견을 내놓기란 쉽지 않다. SNS든 실제든 끼리끼리 모이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지만 아무리 SNS 시대라 해도 SNS 여론이 전체 의견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목소리 큰 일부에 대해 다수 국민은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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