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인들의 고단한 노후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은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통계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는 항목이다. 여기에 또 하나 추가해야 할 타이틀이 생겼다. 한국 노인의 은퇴 연령이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이 그제 OECD의 ‘고령화 및 고용 정책’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07~2012년 한국인의 실제 은퇴 연령은 남성 71.1세, 여성 69.8세로 나타났다. 남녀 모두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다. 늙어서도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유명한 스페인이나 스위스보다도 5년 더 일한다고 한다. 한국 노인의 경제적 빈곤과 불행한 삶의 원인이 일손을 놓은 데 있지 않음을 가리키는 자료다.
한국 노인이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다른 여러 통계도 말해준다. 통계청이 그제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55~79세 고령층 가운데 61.1%가 앞으로 더 일하기를 원했다. 이들은 평균 72세까지 일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바람과 거리가 멀었다.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둔 나이가 평균 49세였다. 사업 부진, 조업 중단, 휴·폐업이 주된 이유였다. 그 가운데 51.6%는 현재 취업 중이다. 고령층 전체 고용률도 53.9%에 이르렀다. 말하자면 한국인은 공식 퇴직 연령 60세에 도달하기 11년 전에 조기퇴직한 뒤 재취업 등을 통해 정년을 지나 11년 후까지 일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노인이 가장 가난한 것은 무슨 까닭인가. 55~64세 중고령자의 고용률은 79.6%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일본에 이어 2위를 차지한다. 노후 준비와 가족 생계 부담이 큰 연령대의 현실을 잘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다. 2013년 기준 49.5%가 시간제나 임시직이고 1년 미만 근속자가 44.7%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 전체의 일자리 질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부실한 연금제도도 문제다. 고령층 인구 중 지난 1년간 연금 수령자의 비율은 45%,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49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연금액이 10만~25만원 미만인 수령자의 비율도 50.6%에 이른다고 한다. 연금이라고 부르기조차 부끄러운 수준이다.
노인 대책이 시급하고 중대한 국가적 과제가 된 지는 이미 오래다. 2017년 고령사회, 2026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만큼 총력 대응을 해도 모자라는 상황이다. 하지만 노인 일자리 문제나 연금·복지제도는 초보 수준이다. ‘증세 없는 복지’라는 허구에 매달린 정부를 믿고 기다리기에는 너무 절박한 현실이다.
입력 : 2015-07-24 21:34:48ㅣ수정 : 2015-07-24 21:4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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