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전우 3만6574명 이름 부른뒤 노병은 떨리는 왼손을 들었다

꿈 꾸는 소년 2015. 7. 2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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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9 03:00:00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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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 3만6574명 이름 부른뒤 노병은 떨리는 왼손을 들었다

27일 미국 워싱턴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윌리엄 웨버 6·25 참전용사기념재단 이사장이 애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왼손으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그는 6·25전쟁 때 오른쪽 팔과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데이비드 스미스, 제롬 윌리엄스, 그리고 윌리엄 와튼. 지금까지 한국전에서 사망한 미군들의 이름이었습니다.”

6·25전쟁 정전 62주년 기념일인 27일(현지 시간) 오전 11시 50분, 미국 워싱턴 내셔널몰에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 25일부터 계속된 6·25전쟁 참전 미군 전사자 3만6574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는 호명식을 마치자 6·25 참전용사기념재단 윌리엄 웨버 이사장(90·예비역 육군 대령)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낮 기온이 섭씨 30도가 넘는 한여름에 동료 전우 50여 명과 돌아가며 장장 27시간 50분의 호명식을 무사히 마친 안도의 한숨이었다.

이번 행사를 주도한 그는 “전사한 전우들의 이름을 이번에 처음으로 다 불러 봤다. 영광스러운 임무였다”고 말했다.

호명식이 끝나자 미군 의장대가 태극기와 성조기를 나란히 앞세우고 애국가와 미국 국가를 차례대로 연주했다. 6·25전쟁 중 오른쪽 팔과 오른쪽 다리를 잃은 그는 힘겹게 왼손을 올려 거수경례를 했다. 수전증을 앓고 있는 그의 왼손이 계속 떨렸다. 그는 애국가 4절 연주가 끝날 때까지 왼손을 내리지 않았다. 호명식을 마친 웨버 이사장은 동료 전우들과 포옹한 뒤 기념공원 옆 벤치에 걸터앉아 기자와 대화를 이어 갔다. 그는 “이번 행사를 통해 한 가지 알리고 싶은 게 있었다. 자유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 누군가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미 육군 소속으로 제2차 세계대전부터 6·25전쟁을 거쳐 부상 후에도 베트남전에 비전투 요원으로 참전했던 그는 “미국인들은 2차 대전과 베트남전만 주로 얘기하지만 6·25전쟁은 자유 진영이 특정 국가의 공산화를 막기 위해 20세기에 처음 뭉친 전쟁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자가 한국에서도 6·25전쟁이 ‘잊혀진 전쟁’이 돼 간다고 하자 “지금 누리는 자유를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풍토는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내년 정전 기념일에도 호명식을 하자는 동료 전우들의 의견이 있는데 솔직히 나 같은 노병은 너무 늙었다. 이제 ‘젊은 노병’들이 6·25전쟁의 의미를 되새기는 이런 행사를 이어 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도 이런 호명 행사가 열렸으면 한다. 그런 행사가 열릴 때 내가 살아있다면 꼭 한국에 가겠다”고 다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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