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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타고 떠나요! 신토불이 맛기행]<2>서해금빛열차와 주꾸미

꿈 꾸는 소년 2015. 8. 1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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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31 03:00:00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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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동백 꽃망울이 톡톡, 주꾸미 밥알은 입안에서 톡톡

수도권에서 온양온천 예산 홍성 대천 장항 군산 익산역 등 서해 7개 역을 오가는 서해금빛열차는 외관이 금빛이다. 7개 시군의 보물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뜻에서 ‘G-train’이라 부르며 월, 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운행된다. 코레일 제공

“오므라진 동백꽃 봉우리가 활짝 필 때 주꾸미는 최고로 맛있쥬.”

쭈글쭈글 주꾸미 계절이 왔다. 목련이 지고, 동백꽃이 피기 시작할 때인 3, 4월이다.

25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면 홍원항. 횟집 수족관 유리에 바짝 빨판을 붙이고 움츠린 주꾸미가 넘친다. 살짝 데쳐도 좋고 매콤한 볶음도 좋다. 문어의 졸깃함과 낙지의 부드러움을 동시에 느낄 때 ‘양반 밥상에 술’이 빠져서야 되겠는가. 서천지역 명품인 한산 소곡주를 빼놓을 수 없다.

“아차! 차를 가지고 왔지.” 서천까지 와서 주꾸미에 소곡주 한잔 기울이지 못하다니 불행이다. “그놈의 운전 때문에….”

근데 뭘 걱정하랴. 수도권에서 서해 7개 시군을 수∼일요일 운행하는 코레일 서해금빛열차가 있는데…. 열차에 몸을 맡기고 내리고 싶은 역에서 내려 봄의 기운을 맛보자.

○ 금빛열차로 보석 같은 서해를

코레일이 2월부터 운행하는 서해금빛열차는 ‘G-Train’이라 부른다. 서해를 붉게 수놓는 금빛(Gold) 노을과 열차가 서는 7개 시군 역이 보물과 같다 해서 지은 이름이다. 코레일 최초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최연혜 사장의 섬세한 감성이 만들어 낸 6개 열차관광벨트 중 또 하나의 작품이다.

열차는 매일 오전 8시 27분 용산역을 출발해 영등포역과 수원역에서 승객을 태운 뒤 온양온천-예산-홍성(귀경 때 광천)-대천-장항-군산-익산역 등 7개 역에 도착한다. 승객을 7개 역에 내려놓은 뒤 다시 오후 7시 57분 용산역으로 되돌아온다.

정선아리랑열차(A-Train)가 강원도 굽이굽이 계곡을 오가는 스릴이 있다면 서해금빛열차는 드넓은 평야, 서해로 물들어 가는 노을을 감상하는 슬로(slow) 콘셉트다. 세계 최초로 도입한 온돌마루, 따스한 물에 발을 담그고 허브차를 마시며 ‘휙휙’ 스쳐 지나가는 열차 밖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족욕 카페는 압권이다.

열차가 서는 7개 역도 도시마다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가 제각각 특징을 갖고 있다. 그래서 금빛열차는 ‘7개 보물’을 찾아서 떠나는 여정이라 불린다. 내리고 싶은 역에서 내린 뒤 대중교통이나 해당 시군에서 운영하는 시티투어를 이용하면 된다. 구석구석 보고 싶다면 시간당 비용(4500원 선)을 지불하는 렌터카도 있다. 자세한 내용은 레츠코레일 홈페이지(www.letskorail.com).

○ 5일장 서는 곳에 최고의 맛이

어느 역에서 내려 무엇을 보고, 먹을지는 여행자의 선택이다. 팁을 드리자면 5일장이 서는 곳에 내리면 크게 후회하지 않는 법. 없는 것 빼놓고 다 있다. 장날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제철 먹을거리나 계절과 상관없이 오랜 세월 변하지 않는 맛집을 찾아 나서자. 제철 요리라면 단연 주꾸미다. 장항역에 내려 동백꽃이 활짝 피는 서천군 서면에 가면 주꾸미가 풍성하다. 먹통에 알이 꽉 차 있는 ‘밥알’을 씹는 경험은 색다르다.

강원도 오징어, 경상도 문어, 전라도 낙지라면 충청도는 주꾸미이니 놓치지 말자. 여기에 청와대 건배주로 자주 쓰이는 1500년 역사의 한산 소곡주(무형문화재 3호 041-951-0290)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동백군락지인 서천군 서면에서는 주꾸미 축제가 열리고 있다.

홍성역에 내리면 홍주성-속동전망대-남당항-고건축박물관을 거쳐 광천재래시장으로 갈 수 있다. 시장에선 명품 광천 김과 토굴에서 제대로 발효된 새우젓 등 각종 젓갈류를 구입할 수 있다. 광천 김은 국내외에서 명성을 떨친다. 최근 농협중앙회(회장 최원병)에서 신선 농산물 위주의 수출에서 벗어나 가공식품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광천농협과 생산시설을 설립하기로 했다.

예산역에서 내리면 전통시장 안에서 5일 장날(5, 10일)과 전날에만 60년째 소머리국밥을 파는 윤순희 할머니(70)의 ‘2대 60년 전통 예산장터국밥’, 삽교시장 안에서 역시 장날(2, 7일)과 전날만 문을 여는 한일식당의 소머리국밥도 빼놓기 아까운 코스다.

군산역에서는 역시 앙금빵, 야채빵으로 유명한 이성당과 콩나물국밥 거리를 들러야 한다.

홍성=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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