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 재외동포의 한국魂을 통일 에너지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이 ‘디아스포라(국제 유민)’를 바라보는 시각을 근본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대인이 그랬던 것처럼 민족적 유산을 공유한 재외동포들은 조국에 뭔가를 바라는 ‘부채’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한민족의 국제적 위상을 드높일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다.
지난달 중순 일본 도쿄(東京)에서 만난 재일동포 김현 씨(44)는 “그동안 감사했지만 (북한과는) 이제 안녕”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 기자로 7년간 활동한 북한 홍보맨이었다. 하지만 2001년 총련을 떠난 그는 지금은 북한 전문 인터넷매체인 ‘데일리NK 저팬’의 기획부장을 맡아 북한의 참혹한 실상을 알리는 첨병으로 변신했다. 북송된 친지들을 만나기 위해 수차례 방북해 북한의 민낯을 보고 나서 북한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고 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만난 고려인 3세 김로만 씨(60). 강제 이주민의 후손인 그는 ‘카레이스키(고려인)’라는 설움을 딛고 말단 공무원에서 시작해 카라탈 지역 군수를 거쳐 2012년 하원의원에까지 올랐다. 러시아 사할린의 김윤덕 씨(92)는 1943년 일제의 강제징용으로 끌려간 한인 1세다. 고향에 돌아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옛 소련 국적을 얻지 않고 반백 년을 버텼다. 다섯 자녀, 아홉 손자, 일곱 증손자는 현지에서 저마다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일제강점기 이후 세계로 흩어진 한국인 디아스포라의 현장을 찾았다. 과거의 기억을 ‘치유’하고 통일로 나아갈 수 있는 역동성을 찾기 위해서다. 재외동포재단과 함께 일본, 사할린(러시아), 카자흐스탄, 미국, 중국 순서로 5회에 걸쳐 재외동포의 삶과 미래를 점검한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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