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이어진 100년 목회가족, 인간 의지 아닌 신의 섭리”
림인식 노량진교회 원로목사 집안… 조부-아들 모두 다른 교회서 활동
17일 경기 안양시 평촌교회 앞에 선 림인식 원로목사(가운데)와 대를 이어 목회자의 길을 걷고있는 아들 림형천(왼쪽) 림형석 목사. 이들은 “한국 교회는 그동안 민족과 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했지만 최근 성장하면서 그런 정신이 약화됐다는 지적도 있다”라며 “섬김과 나눔의 성경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조부 림준철 목사는 1914년 평양신학교에 입학해 길선주 등과 함께 공부한 뒤 평북 지방에서 3·1운동을 주도해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림준철 목사의 장남인 림재수 목사(림 원로목사 부친)는 교편을 잡다 뒤늦게 목회자가 됐다. 평양 창동교회 전도사로 목회를 시작한 림 원로목사는 6·25전쟁 중 목사 안수를 받았다. 창동교회 피란민들이 세운 동광교회와 대구영락교회를 거쳐 1962년 노량진교회에 부임해 30년 넘게 시무했다.
림 원로목사는 3남 2녀를 뒀다. 장남 림형석 목사(66·평촌교회)는 개신교 최대 교단의 하나인 예장 통합 교단의 총회장으로 9월 취임한다. 셋째 림형천 목사(63)는 잠실교회 담임 목사로 재직하고 있다. 17일 평촌교회에서 삼부자(三父子) 목사를 만났다.
○ 4대 100년의 신앙 명가(名家)
교계에서 부러워하는 4대 목회의 비결은 무엇일까.
“전적으로 하나님의 섭리죠. 사람이 억지로 못 만들어요. 제가 하기 싫은데 어떻게 하겠어요. 할아버지의 신앙이 흔들리지 않고 아버지께, 다시 대대로 전해진 거죠.”
두 아들 목사는 ‘본보기’의 신앙을 강조했다. 집안 어른들의 삶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신앙과 목회자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한다.
림형석 목사는 “중학 1학년 때부터 아버님의 설교를 들으며 학생과 어른 예배를 모두 드렸다”며 “집안 전통이 된 진실한 신앙, 사랑의 목회가 가슴에 다가왔다”고 말했다. 림형천 목사는 형과 달리 처음부터 목회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신학교에 진학했다.
“다른 일을 했지만 기쁨을 얻지 못했다. 1년간 기도하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고, ‘저도 주의 종이 되겠다’고 답한 뒤 힘들다, 괴롭다는 느낌이 사라졌다.”
○ 도둑결혼과 공동생일, 잔치 안 하기
본보기는 신앙뿐 아니라 생활에서도 철저했다.
“형과 저는 몰래 ‘도둑결혼’ 했어요. 전날 야간에 주례 목사님 모시고 연고도 없는 부산에 내려가 월요일 낮 12시에 결혼했어요. 물론 교인들에게 알리지도 않았죠.”(림형천 목사)
“목사가 교회에 짐이 되면 안 된다는 게 아버님 원칙이었죠.”(림형석 목사)
림 원로목사는 껄껄 웃으며 이런 말도 덧붙였다.
“한국에서는 약혼식은 부조가 없고 결혼식만 있어요. 그래서 아이들 약혼식 때 제대로 대접하면서 결혼식은 집안끼리 할 터이니 욕하지 말라고 했죠.”
가족의 생일파티나 림 원로목사의 칠순, 팔순 잔치도 없었다.
“예수님 생일인 크리스마스가 가족 모두의 합동 생일입니다.(웃음) 어릴 때 노량진교회에 방이 두 칸 있었는데 하나는 책이 많던 아버님 서재, 남은 방 한 칸에서 5남매가 살았죠. 내 방이 어디 있겠어요? 책을 펴면 책상, 밥 먹으면 밥상이었죠.”(림형석 목사)
○ 나의 아내, 나의 어머니, 5대 목회
2012년 소천한 어머니의 한결같은 신앙과 가르침도 4대 목회의 비결이다. 림형석 목사는 “신앙과 삶이 하나가 된 모습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축복이었다”고 떠올렸다. 림형천 목사는 “늘 쉽지 않은 생활이었는데 힘들다는 얘기가 없으셨다. 섬기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세상을 뜬 아내 생각에 림 원로목사의 눈이 잠시 흔들렸다.
“나는 목회 중심으로 살아와 남편으로서는 빵점이고, 아내도 마누라로서는 만점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둘이 통하는 것은 목회가 첫째고 어떤 고생도 좋다는 생각이었죠. 목회 협조자로서는 만점이었죠.”
5대 목회는 노 목사의 오랜 기도이지만 쉽지 않다.
두 아들 목사는 “조상들로부터 배운 것은 희생하는 목회인데 다음 세대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라고 했다. 림 원로목사는 “간절히 기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희망적이지 않다”며 아쉬운 표정이다.
9월 교단 총회장 취임에 대한 당부도 있었다. 림 원로목사는 “총회장이 돼 축복받는 이가 있는가 하면, 차라리 안 하는 게 좋았다는 이들도 있었다”라며 “우리 사회와 교회를 충실하게 섬기는 총회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림형석 목사는 “아버님께서 존경받는 전직 총회장이라 부담이 있다”라며 “보고 배운 대로 언제나 교회와 신앙 중심으로 생각하고, 진보와 보수의 균형, 교회와 교단 화합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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