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이 만난 사람

김상헌 NHN 사장

꿈 꾸는 소년 2011. 9. 2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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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9.19(월) 03:00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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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이 만난 사람/홍권희]김상헌 NHN 사장

 

김상헌 사장은 미국 유학 시절 집 근처의 새 둥지를 몇 주간 관찰하다 ‘버드워처’(새 관찰자)라는 별명을 스스로 지었다. 그는 시장을 관찰하는 삶을 산다. 인터뷰를 위해 청바지 대신 모처럼 양복을 입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네이버는 한국 인터넷 사용자 10명 중 7명이 사용하는 포털이다. 사업자든 개인이든 네이버 검색 결과의 상단에 노출돼야 방문자를 쉽게 끌어들일 수 있다. 네이버는 뉴스를 직접 생산하지 않으면서도 누리꾼들에게 뉴스를 공급하는 굴지의 매체로 인정받고 있다. 2003년 다음을 누르고 국내 포털 1위에 오른 뒤 ‘인터넷 권불삼년(權不三年)’의 징크스를 깨고 약진했다. 2001년 네이버와 한게임의 합병으로 태어난 NHN은 지난해 약 1조5000억 원 매출에 약 5000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 근처의 녹색빌딩 NHN 사옥 26층 남서쪽 모서리가 김상헌 사장의 집무실이다. NHN은 젊은 회사다. 직원 3500명 가운데 김 사장이 48세로 ‘최고령’이다. 김 사장도 평소 청바지에 티셔츠를 즐겨 입는다. “요즘 회사 실적이 다소 부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약간은 썰렁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영업이익률이 약간 떨어진 것은 투자에 집중한 때문이다.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라우드서비스(인터넷이 연결되면 어디서든 콘텐츠를 저장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와 일본에서의 검색사업 투자에 집중했다. 검색광고 매출은 기대 이상이었다. 유선의 경쟁력을 무선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NHN은 지난해 정점을 찍었다’는 말이 있다. ‘대기업 병’에 걸린 것이 아닌가.

“한국 시장 규모의 한계 때문에 성장이 둔화한 것일 뿐이다. 우리는 여전히 ‘한국에서 가장 큰 벤처’라고 생각한다. 창의적이고 빠른 의사결정을 내려 신속히 대응하는 것이 우리 특징이다. 우리 DNA는 이용자가 요구하는 것에 집중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다.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욕구를 잘 파악하고 여기에 맞춰 서비스를 해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중국의 최대 포털인 바이두(baidu.com), 러시아 최대 포털인 얀덱스(yandex.ru)도 마찬가지다. 구글 검색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지만 지역별 특화 서비스에는 못 당한다.”

―네이버의 공정성 논란, 검색어 순위 조작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

“‘정파적이다’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원본 검색이 안 된다’는 비난을 들을 때 가슴 아프다. 검색 순위 조작은 상상할 수 없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데 편향적으로 서비스하면 망한다. 젊은 직원들이 내부고발을 할 수도 있지 않겠나. 막대한 이익을 쌓아놓고 필요한 기업을 사들이는 구글과 애플의 글로벌 패권주의에 맞서는 NHN을 격려하는 사람이 최근 많아졌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도 정부 지원을 받고 있지만 NHN은 한 푼의 지원금도 받지 않았다”면서 “NHN은 돈보다는 포털기업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를 원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포털 얀덱스를 ‘국가전략적 자산’으로 분류해 외국인이 경영권을 갖지 못하게 하고 있다. 미국도 러시아에 매각된 메신저 회사의 서버 반출을 금지했다. 포털이 외국인에게 넘어간다면 중대한 안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통신회사나 미디어업체처럼 경영권 보호의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NHN의 외국인 지분은 65%에 이른다.

김 사장은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드물게 판사 출신이다. 판사 생활 3년 만에 ㈜LG로 옮겨 11년간 법무팀장(부사장)으로 일했다.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지적재산권과 법률 실무를 강의하면서 이해진 NHN 창업자(이사회 의장)와 가까워져 2007년 경영고문으로 NHN에 합류했다. 이후 경영관리본부장을 거쳐 2009년 4월 사장이 됐다. 판사로서 체득한 ‘균형 있는 판단과 남에 대한 배려’는 기업에서도 통한다고 말한다.

―아이폰 쇼크가 세계적으로 상당했다. NHN은 어땠나.

“초기엔 당황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빠르게 번질지 확신하지 못했다. 2년여 지난 지금은 자신감이 생겼다. 스마트폰의 세계가 개인용 컴퓨터(PC) 경험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고 이를 보완하고 보충하면 된다고 본다. 지금은 모바일 시대의 초입이다. 모바일의 검색 입력을 개선하면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우리가 PC 시대에 준하는 점유율을 얻을 것이다.”

―아이폰은 국내 상륙 전에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팔리고 있었다. 대비할 시간이 있었을 텐데….

“미국에 자주 출장 가서 보았지만 현실로 느끼는 데 시간이 걸렸다. 국내에서 가동 중이던 모바일 팀을 미국에 보내서 살면서 써보게 하자는 건의가 있었는데 보내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보냈어야 했다. 써보지 않으면 창의력이 안 나온다.”

―어떤 스마트폰을 쓰며 어떤 앱을 자주 활용하는가.

“아이폰4와 갤럭시S2 두 대를 사용한다. 자주 쓰는 앱은 네이버의 SNS인 미투데이, 앵그리버드 게임, 운동량을 측정하는 나이키+GPS, 네이버 뮤직 정도다. 처음엔 많이 내려받았는데 요즘은 거의 안 한다. 네이버 앱을 검색과 포털이 되도록 8일 개편했는데 기존 이용자들의 업데이트가 활발하다.”

―스마트폰 이후 IT 산업의 새 화두는 뭘까.

“스마트폰만으로는 서비스가 부족하다. PC와 모바일을 합쳐 가치를 키워야 한다. 스마트폰 이후에는 클라우드가 화두가 될 것 같다. 유선과 무선 서비스를 결합한 서비스가 이용자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사내벤처에서 시작한 기업으로서 사내벤처를 키우는가.

“NHN은 대기업이 아닌 벤처여서 사내벤처가 따로 없다. 우리는 365일 24시간 이용자와 접점을 갖고 있어 잠시도 안주할 수 없다. 늘 고객의 소리를 듣고 반영한다. 업무강도가 높아 야근을 밥 먹듯이 한다. 한정된 자원을 우선순위에 맞춰 벤처처럼 가동한다.”

김 사장은 직원 중에는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으로 가거나 벤처 창업을 하는 경우도 있어 한국 IT 인재의 산실 기능을 한다는 점에 자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NHN의 이직률은 국내 IT 업계 평균치(8%)보다 약간 낮은 5% 선. NHN 개발자들은 서비스를 실제로 운영해본 경험이 있어 업계에서 높이 평가받는다.

―중국에 진출했다 철수했는데 해외사업 성적이 좋지 않은 이유는….

“해외사업을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칙에 따라 재조정하면서 중국에서 철수했다. 중국의 규제 리스크도 있다. 더 집중할 곳은 일본이고 검색 포털에 주력할 계획이다. 일본에는 자국어 검색엔진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과감하게 하려고 한다. 일본 시장은 까다로워 한국의 자동차나 가전도 성공한 경험이 없다. 우리도 중장기 목표로 삼고 도전할 것이다.”

―글로벌 거대 기업들 틈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가.

“우리는 콘텐츠에 기반을 둔 인터넷 서비스 회사다. 여기에만 집중해 1위를 할 수 있었다. 콘텐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어학사전, 옛 신문기사 등 지식 인프라 구축 투자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모바일로 넘어오니 복잡해졌다. 휴대전화업체, 통신사, 운영체제(OS·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돌려주는 핵심 소프트웨어)를 갖고 있는 구글 같은 기업까지 콘텐츠 서비스에 가세했다. 자신의 OS에 자신의 서비스를 먼저 얹어 공급하는 구글과의 경쟁은 다른 문제를 낳는다. 정부가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에 신경을 써줘야 한다.”

NHN과 다음은 4월 구글코리아를 공정거래위에 신고했다. 구글이 국내 안드로이드폰에 네이버나 다음의 검색엔진을 탑재하지 못하도록 불공정거래를 했다는 이유다. 공정위는 최근 구글코리아에서 현장조사를 벌여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한국산 OS가 없어도 문제가 없나.

“OS는 우리가 할 수도 없고 할 일도 아니다. 삼성전자라면 자체 OS를 키울 힘이 있고 기대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힘든 상황에 빠진 핀란드의 노키아가 OS를 자신의 심비안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폰 7로 바꿨다. 그래도 핀란드에서 ‘왜 자체 OS를 쓰지 않느냐’는 비판은 나오지 않는다. 요즘 핀란드는 ‘앵그리버드가 우리의 미래’라고 하고 있고 정부도 소프트웨어(SW) 분야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OS 타령은 그만하고 게임같이 우리가 잘하고 잠재력이 큰 분야를 키우면 된다.”

앵그리버드란 화난 표정의 새가 알을 훔쳐간 돼지에게 복수하는 스마트폰 게임이다. 2009년 출시돼 누적 다운로드 횟수가 3억5000만 회에 이르며 하루 평균 3억 분간 게임이 이뤄진다고 한다. ‘앵그리버드는 노키아2.0’이라는 언론의 평가도 있다. 김 사장은 “앵그리버드 캐릭터 사업을 키우고 디즈니 같은 테마파크를 만든다고 생각해 보라”고 강조했다. 요즘 앵그리버드 인형은 수만 원에 팔린다.

―SW아카데미 설립 방안은 한국 SW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건가.

“구상은 2, 3년 됐다. 국내 전자계산학과 출신이 태부족이고 우수 인력은 해외로 나간다. 미국은 인도 중국 등 이민자로 충원할 수 있다. 우리도 인도 베트남 루마니아 등에서 아웃소싱 중이지만 이들을 국내로 데려오기는 어렵다. 한국의 IT 인력을 유지하기 위해 10년간 1000억 원을 투자해 고졸 또는 대졸자를 SW 전문가로 양성할 계획이다. 졸업 후 NHN 입사 의무는 없다. 10년 안에 아카데미가 스스로 굴러갈 경쟁력을 갖게 한다는 목표다.”

―글로벌 IT 분야 동향 파악은 어떻게 하나.

“NHN에서 일한 지난 4년 반 동안 하루도 빼지 않고 와이어드, 비즈니스위크 등 외국 전문잡지를 포함해 IT 관련 기사와 보고서를 매일 50건씩 읽었다. 거기서 IT 서비스에 관한 통찰력을 얻었다. 요즘은 주요 기사 5건만 봐도 업계가 돌아가는 것을 안다.”

―정치권에 ‘안철수(서울대 교수) 바람’이 거세다. 같은 IT 업계 종사자로서 그를 어떻게 평가하나.

“안 교수가 7년 전 IT 업계를 떠나 그와 만난 적이 없고 그를 잘 모른다. 그가 쓴 책도 안 읽었다.”

책 읽기가 취미이고 주말에만 5권을 읽어 젖힌다는 그가 안 교수의 책을 빠뜨린 이유가 궁금했다. 서울대 법대-판사 커플이었던 김 사장 부부는 지금 각각 기업 최고경영자와 특허전문 변호사의 길을 가고 있다. 김 사장은 대학 동기 정치인(원희룡 나경원 조해진 의원)도 많다. ‘정치할 가능성’을 묻자 그는 “최고의 회사에서 최고의 인재들과 함께 일하면서 자부심을 느낀다”면서도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의미 있는 일이 있다면 도전하겠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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