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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은우]재벌 독식을 보는 두 가지 시각

꿈 꾸는 소년 2011. 12. 2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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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8.18(목) 03:00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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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은우]재벌 독식을 보는 두 가지 시각

이은우 경제부 기자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의 매출에서 10대 그룹의 비율이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17일 한국거래소, 통계청, 재벌닷컴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그룹의 제조업 매출액은 756조 원으로 전체 제조업 매출액 1840조 원의 41.1%에 이른다. 제조업 분야에서 10대 그룹 매출액이 5년 새 83.5% 늘어나는 동안 나머지 기업들의 매출액은 38.3% 증가하는 데 그친 결과다. 이런 흐름은 주식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한국 증시에서 10대 그룹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8월 1일 기준 약 698조 원으로 증시 전체 시가총액의 52.2%다. 이 역시 처음 일어난 일이다.

한국에서 재벌의 급성장 얘기는 새롭지도 않고, 덮어놓고 비난할 대상도 아니다. 삼성그룹의 제조업 매출액은 2005년 109조 원에서 지난해 209조 원으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품질 좋은 물건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거둔 성과라면 마땅히 칭찬할 일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경제구조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의 눈부신 성과를 이들 스스로만의 힘으로 이뤘다고 보기는 힘들다. 정부는 2007년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사실상 폐지하면서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용인했고 고환율 정책도 수출 대기업에 큰 도움이 됐다. 과거 1970, 80년대 산업화 과정뿐만 아니라 최근까지도 대기업이 음양의 혜택을 누린 셈이다.

해외여행이 잦은 요즘 많은 한국 여행객들이 외국 공항에서 국내 대표기업의 광고판을 보고 뿌듯함을 느낀다. 이런 자부심은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일부 대기업의 잘못을 글로벌 경쟁을 고려해 너그럽게 봐주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대기업의 성과는 ‘기업-정부-국민’의 3자가 합심해 이뤘지만 현재 그 결실을 함께 나눌 통로는 거의 막혀 있다. 대기업의 하도급 관행과 사업 확장 행태를 볼 때 일반 국민이 성과를 누릴 방법은 해당 대기업의 주식을 사 배당을 받거나 시세차익을 얻는 수밖에 없다. 이마저도 대외 악재에 취약한 국내 증시의 현주소를 감안하면 쉽지 않다.

이제 국민은 우리 기업의 성공에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옳지 못한 행태에는 날선 비판을 한다. 공생이나 공존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대기업에 최소한의 ‘윤리’를 요구할 정도로 국민의식이 성숙해졌다. 국내 대기업이 구글이나 애플 같은 거대 기업에 맞서려고 쌓아 놓은 실탄을 국민에게 나눠 달라는 말이 아니다. 협력업체든 자영업자든 함께 먹고살 기본적 생태계를 만들라는 게 국민의 요구일 것이다.

이은우 경제부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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