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아듀 2011

꿈 꾸는 소년 2011. 12. 3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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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30(금) 03:00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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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아듀 2011

한 해가 저물어간다. 굉음과 함께 달려와 잠깐 역에 머물고 다시 긴 여운을 남긴 채 휙 사라져가는 기차처럼 한 해가 간다. 희망의 한 해를 기원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제야(除夜)의 종소리를 들어야 할 시간이다. 새 달력을 걸 때는 365개의 날들이 긴 것처럼 생각됐지만 12월 마지막 주에 들어서면서 겨울 해처럼 짧게 느껴졌다.

2011년은 동유럽 공산권 붕괴가 시작된 1989년, 유럽의 절대 왕정이 잇따라 몰락한 1848년에 비견될 수 있다. 튀니지에서 분 재스민 향기의 바람은 이집트로, 리비아로 퍼져 나갔다. 그 바람은 중국에서도 민주화를 꿈꾸는 재스민 시위를 일으켰으나 안타깝게도 북한에까지 닿지는 못했다.

김정일이 올해를 넘기지 못하고 급사(急死)했다. 세계사는 한 사람의 자유로부터 모든 사람의 자유로 나아가는 진보의 기록이다. 북한은 김일성 정일 정은으로 지도자의 이름만 바뀌었을 뿐 ‘한 사람만 자유’인 시대에 머물러 있다. 새해에는 북한에도 ‘모든 사람의 자유’로 나아가는 시대가 열리기를 기원해본다.

정당의 위기다. 안철수 돌풍은 한국 정치사에 처음 보는 현상이다. 한나라당은 재창당 수준의 쇄신을 추진하고 민주당은 민주통합당으로 탈바꿈했지만 여전히 안철수 한 사람 앞에서 흔들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스마트폰이 새로운 정치의 장을 열었다. 기성 정당과 정치인도 새로운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쇄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하지만 SNS의 쏠림이 우리 사회를 어디로 끌고 갈지 몰라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올해 연간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돌파했다는 소식도 통장에 잔액이 줄고 빚만 느는 서민과 중산층에겐 남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1970년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현대판이라 할 수 있는 ‘완득이’가 소설과 영화로 인기를 얻을 정도로 힘든 삶이다. 이런 때일수록 주변의 어렵고 힘든 사람을 둘러보는 마음이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한다. 중국집 배달원을 하면서 기부를 아끼지 않았던 고 김우수 씨가 있었다. 구세군 자선냄비에 1억 원이 넘는 수표를 익명으로 넣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을 구한 아덴 만 여명작전의 성공에 온 국민이 박수를 보냈다. 죽음을 각오하고 군 작전을 도운 석해균 선장은 국민적 영웅이 됐다. 케이팝의 유럽 미국 남미 진출은 우리 것도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줬다. 평창은 세 번의 도전 끝에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를 제치고 2018년 겨울올림픽을 따냈다.

궂은일도 많았고 경사도 많았다. 잊고 싶은 일일랑 세밑의 어둠에 묻어 버리자. 달력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작은 목소리로 말해본다. 2011년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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