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덩치만 훌쩍 컸지, 청소년 뇌 속은 한창 공사중

꿈 꾸는 소년 2012. 1. 13.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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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3(금) 03:00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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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만 훌쩍 컸지, 청소년 뇌 속은 한창 공사중

최근 대구와 광주에서 중학생 자살사건이 터지면서 숨어 있던 ‘왕따’와 ‘학교폭력’ 등 청소년 사건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성폭행이나 따돌림을 생중계하는 ‘사이버폭력’처럼 도를 넘는 행동도 폭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 청소년이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 과학자들은 우리의 교육 환경이 ‘청소년기의 뇌 발달’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에서 점점 더 멀어지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청소년의 행동을 ‘미성숙한 뇌’라는 구조적인 이유로 설명하는 것이다. 이 시기에는 이성을 담당하는 부분이 늦게 발달해 감정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 김경진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오랫동안 인간의 뇌는 태어나서 2년간 급격히 발달해 몇 년간 유연한 상태를 유지하다 청소년기가 되면 성인의 뇌에 가까워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기의 뇌에도 유아기에 버금가는 변동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는 1991년부터 자기공명영상(MRI)촬영장치로 청소년의 뇌 발달을 살피는 연구를 진행했다. 3세에서 25세에 이르는 실험대상자 2000여 명의 뇌를 2년마다 촬영해 대뇌 피질의 두께를 측정했다. 피질의 두께는 신경세포 수와 비례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신경망의 발달을 살필 수 있다.

연구 결과 대뇌 피질 가운데 회백질은 뇌의 부피 성장이 끝나는 10대 중반에 두꺼워졌다가 10대 후반에 얇아진다. 회백질은 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부분인데 신경세포끼리의 연결인 시냅스가 많으면 두껍고 적으면 얇다. 신경망이 형성되는 초기에는 시냅스가 제멋대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두껍다. 나중에 불필요한 시냅스를 추려내야 한다. 이처럼 청소년기 뇌에서는 대대적인 신경망 공사 작업이 일어나면서 뇌가 한 단계 더 성숙한다.

시각 청각 후각 등 감각정보를 처리하는 영역은 10세 전후부터 회백질이 얇아졌다. 하지만 판단이나 의사결정 같은 고차원적 사고를 담당하는 부위는 10대 후반에 가서야 회백질이 얇아졌다. 또 신경세포 사이 연결망이 ‘미엘린’이라는 지방성 피막으로 둘러싸이는 ‘수초화’(myelination)도 청소년기에 일어난다. 신경연결망에서 신호 전달이 더 쉽게 이뤄지는 과정도 청소년기에 진행되는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이 감각정보를 받아들이는 능력은 성인과 비슷하지만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능력은 떨어진다. 감정과 충동을 제어하는 영역이 아직 매끄럽게 발달하지 않아 매우 민감하고 외부 환경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서유헌 서울대 의대 교수는 “뇌는 유아기부터 청소년기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발달하며, 청소년기에는 감정과 본능에 대한 부분이 훨씬 발달돼 있다”며 “현재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는 아이들의 감성을 배양하고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을 키워줄 수 없다”고 말했다. 뇌 발달을 고려한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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