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청포도

꿈 꾸는 소년 2012. 12. 14. 10:48

퇴계 선생의 도산서원 가까운 곳에 이육사 시인의 문학관이 세워져 있다. 이육사(李陸史)선생은 1904년 낙동강 상류인 안동 도산면 원촌(遠村)에서 태어나 1944년 1월 16일 북경 감옥에서 생을 마치셨다. 불과 41세 젊은 나이에 서거하신 것은 일제(日帝)에 의한 고문후유증 탓이었다. 그는 암울하였던 시대에 민족혼을 깨우려는 시인이었고 삶으로 저항하는 시인이었다. 그리고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다. 이육사란 이름은 그가 일제 감옥에 있는 동안에 붙여진 죄수번호가 264번이었다. 수번(囚番) 264에 의미를 붙여 李陸史라 이름을 지었다.

이육사가 남긴 시들 중에 내가 가장 애송하는 시가 <청포도>와 <광야>이다.

청포도(靑葡萄)

내 고장 七月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靑袍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느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이 시에서 <흰돛단배>나 <청포를 입고 찾아온 손님>에는 잃은 조국을 찾으려 투쟁하던 지사들의 모습이 깃들어 있고 <은쟁반이 놓인 식탁>이나 <하이얀 모시 수건>은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정서가 베여 있다. 지금도 안동 사람들이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바는 독립운동가들이나 독립유공자들의 30%가 이 지방 출신이란 점이다. 그들 중에 이육사 선생 같은 <행동하는 시인>이 포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