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하종대]갈길 먼 ‘한강의 기적’
하종대 국제부장
필자가 중국 관련 초청강연에 나설 때마다 중국의 발전상을 설명하며 제시하는 수치들이다. 하지만 중국의 이런 놀라운 성과도 대한민국의 성취를 능가하지는 못한다.
1961년 91.6달러였던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2만3749달러로 늘었다. 50년 전 3억5702만 달러였던 무역액은 1조796억2674만 달러로 증가했다. 수출은 4088만 달러에서 5552억1365만 달러로 급증했다. 반세기 만에 1인당 소득은 259배, 무역액은 3024배, 수출액은 1만3582배로 늘었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찬사를 받는 게 결코 부끄럽지 않다.
그러나 지난해 1인당 소득은 세계 31위로 슬로베니아나 키프로스보다 적다. 유럽연합(EU) 27개국 평균 3만5887달러의 66.2%에 불과하다. 경기침체에서 탈출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미국(4만8147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도 올해 대통령선거에서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 모두 ‘파이 나누기’에만 치중했다. 양당의 주요 공약 60여 개 가운데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와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여부를 제외하면 별 차이가 없었다. 미국의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후보들의 공약이 놀라울 정도로 비슷했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어제 대선에서 승리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이런 공약을 이행하는 것만으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정적 평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역대 대통령 가운데 박정희 김대중 대통령이 긍정적 평가를 받는 것은 한국의 미래 산업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자동차 조선 철강 중화학공업은 미래를 내다보는 박정희 대통령의 혜안 속에서 우뚝 섰다. 최근 세계시장을 리드하는 정보기술(IT) 산업은 한때 ‘버블’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나왔을 만큼 강력하게 뒷받침된 김대중 정부의 정책 때문에 가능했다.
올해 우리의 주변 강대국은 모두 지도자를 바꿨다. 세계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다시 뽑았고 주요 2개국(G2) 중 하나인 중국은 후진타오(胡錦濤) 시대를 마감하고 시진핑(習近平) 시대를 열었다. 세계 3대 경제대국인 일본 역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를 새 총리로 택했고 러시아 역시 블라디미르 푸틴을 새 대통령으로 뽑았다. 이들 4개국에서 뽑힌 지도자는 모두 장기적인 미래 청사진을 통해 ‘미래에 보다 경쟁력 있는 강한 나라’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중국 일본 러시아는 국방력을 더욱 키워 한반도의 운명에 더 큰 결정권을 쥐려 하고 있다.
우리가 30∼50년 이후에도 국가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미래 청사진을 마련하고 바이오 신소재 신재생에너지 의약 친환경녹색산업 등 신성장동력이 될 ‘미래 산업’을 크게 일으키지 못한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의 장래는 장담하기 어렵다. ‘한강의 기적’은 아직 완성된 게 아니다. 아직도 계속 걸어야 할 먼 길이다.
하종대 국제부장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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