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로봇다리’ 김세진 군이 만든 기적

꿈 꾸는 소년 2012. 12. 26.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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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6(수) 03:00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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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로봇다리’ 김세진 군이 만든 기적

8세 때 의족으로 단축 마라톤을 완주하고 9세 때 미국 로키산맥 등정에 성공했다. 2009년 19세 미만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에선 3관왕을 차지했다. 선천성 장애로 두 다리가 없고 오른손은 엄지와 약지만 있는 김세진 군(15)이 이룬 위업이다. 한국 장애인 수영의 기대주인 김 군은 검정고시로 중고교 과정을 마친 뒤 최근 성균관대 스포츠학과 체육특기자 수시모집에 합격했다. 이 대학의 역대 최연소 합격자다.

‘로봇다리 수영선수’란 별명을 가진 김 군의 도전기는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다. 그는 5세 때 다리 기형 때문에 등뼈가 휘는 척추측만증을 치료하기 위해 수영을 시작했다. 땅에서 불편한 몸이 물속에서는 자유로웠다. 하지만 그를 반겨주는 수영장은 찾기 힘들었다. 장애인에 대해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왜 여기 와서 수영하냐”고 핀잔을 주거나 수영장 측에 “수질검사를 다시 해달라”는 어이없는 요구를 했다. 김 군은 ‘세상에 기대하지 말고 세상이 기대하는 사람이 되자’라는 좌우명을 되새기며 꿋꿋하게 살아 오늘의 결실을 일궜다.

김 군의 기적 뒤에는 그를 가슴으로 낳은 어머니가 있었다. 어머니 양정숙 씨(44)는 1998년 자원봉사를 하던 대전의 한 보육원에서 생후 6개월의 아기를 만나 이듬해 입양했다. 장애아 입양이라는 가시밭길을 선택한 어머니는 사회의 편견에 당당히 맞설 수 있도록 강한 아들을 키워냈다. 말을 배울 즈음부터 ‘병신’ ‘바보’ 같은 험한 소리를 견디는 법을 가르쳤다. 의족을 한 채 넘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게 일부러 밀어서 넘어뜨리는 훈련도 수천 번 되풀이했다. 그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장애, 비장애를 막론하고 우리 모두가 되새겨야 할 구절이 담겨 있다. ‘아들아! 너의 몸이 똑바로 서있으면 너의 그림자가 흔들리지 않는단다. 너의 귀한 몸으로 노력하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단다.’

3년 전 김 군에게는 세 가지 소원이 있었다. 박태환 선수를 만나는 것, 세계장애인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것, 국가대표 선수가 되는 것. 차근차근 소망을 모두 이룬 그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장애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25세에 스포츠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되는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한 김 군의 무한도전은 비(非)장애인도 배울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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