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3년간 지방세 체납하고도 돈 잘 쓰는 전두환 씨

꿈 꾸는 소년 2013. 5. 18.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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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8 03:00:00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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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3년간 지방세 체납하고도 돈 잘 쓰는 전두환 씨

전두환 전 대통령이 3년 이상 3000만 원이 넘는 지방세를 체납해 서울시로부터 고액·상습 체납자 공개 대상으로 통보받았다. 서울 서대문세무서가 2003년 그의 자택에 붙은 경호동 건물을 경매하면서 발생한 세금이 미납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 2010년 1월 지방세 3017만 원을 부과했으나 아직까지 내지 않고 있다. 체납액은 가산금이 더해져 4000여만 원으로 불어났다. 이 돈을 납부하지 않으면 그의 이름은 12월 공식적으로 공개된다.

대통령까지 지낸 사람이 평소 청빈하게 생활해 온 나머지 돈이 없어 세금을 내지 못하고 있다면 대신 내주겠다고 나서는 국민이 줄을 설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런 일과는 관계가 멀어 동정은커녕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몇몇 시민단체 회원들은 그제 전 전 대통령 집 앞에 몰려가 “불법 재산을 환수하고 연간 7억여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경호를 중지하라”고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에 비자금을 축재한 혐의로 1997년 대법원에서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받았으나 일부만 내 1672억 원이 미납되어 있는 상태다. 그는 2003년 “예금 29만 원이 전 재산”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듬해 숨겨 뒀던 서울 강남의 땅 51평이 발견돼 압류됐다. 수시로 측근들과 어울려 골프를 즐기는 모습도 포착됐다. 지난해 6월에는 육군사관학교에 1000만 원 이상의 발전기금을 낸 동문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추징금의 시효는 3년이다. 검찰은 시효가 지나면 추징금을 징수할 수 없기 때문에 만료가 임박하면 통상적으로 재산 압류 등 강제 집행에 나선다. 그러나 추징금 가운데 일부라도 납부하면 그때부터 시효는 다시 3년 연장된다. 전 전 대통령은 이를 악용해 2010년 10월 강연으로 번 수입이라고 주장하며 300만 원의 추징금을 납부해 시효는 올해 10월까지 연장됐다. 올해에는 또 어떤 ‘꼼수’를 쓸지 궁금하다.

마침 오늘은 5·18민주화운동 33주년이 되는 날이다. 5·18민주화운동의 본질은 신군부가 5·17 비상계엄 확대와 김대중 씨의 강제 연행에 항의하는 시민과 학생들의 시위를 공수특전단을 투입해 유혈 진압한 것이다. 전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11대와 12대 대통령, 그리고 군사반란과 광주 유혈 진압의 장본인이라는 두 개의 얼굴을 지녔다. 전 전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광주를 찾아 진솔하게 사죄하고, 숨겨 둔 재산이 있다면 단 1원도 남기지 말고 내놓는 속죄의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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