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청자, 고학력 고소득일수록 ‘미드’, 저학력 저소득일수록 ‘한드’
강명구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연구팀은 KBS 방송문화연구 최신호에 논문 ‘중국 텔레비전 시청자의 드라마 소비 취향 지도’를 발표했다. 베이징에 사는 20∼50대 393명을 대상으로 중국 TV와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본 중국 미국 홍콩 한국 대만 일본 드라마 각 20편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하고 댓글 2만 개를 분석해 쓴 논문이다.
연구 결과 가장 좋아하는 수입 드라마로 응답자들의 47.6%가 미국드라마(미드)를 꼽았다. 이어 홍콩(31.8%) 한국(28.2%) 대만(15.8%) 일본(10.2%) 드라마 순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복수 응답)
연구팀은 이들의 드라마 소비 취향을 학력과 소득 수준에 따라 네 가지로 분류했다.
학력과 소득 수준이 모두 높은 이들은 ‘이성적이고 경쾌한 감성’의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속하는 드라마는 미드인 ‘빅뱅이론’ ‘프렌즈’ ‘CSI’ ‘섹스앤드더시티’, 일드 ‘노다메 칸타빌레’ ‘호타루의 빛’ 등이다. 응답자들은 미드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스토리의 의외성, 빠른 전개와 긴장감을 들었다.
반대로 학력과 소득 수준이 낮은 시청자들은 ‘비논리적, 감정 과잉 분출의 감성’ 드라마 취향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논문에 따르면 “비논리적 상황 속에 감정의 과잉 분출을 간접 체험하면서 대리만족을 얻는” 한드 시청자들이다. 한드에 대해 시청자들은 “막장이다”(‘천 번의 입맞춤’) “한국은 남편이 바람피우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느냐”(‘조강지처클럽’) “한드를 보는 데는 머리가 필요 없다. 머리를 쓴다 해도 이야기 전개 과정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청담동 앨리스’)는 댓글을 남겼다.
학력은 낮지만 소득 수준이 높은 계층에서는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감성’ 드라마 취향이 발견됐다. 이들은 한드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 대해 “고부 간 갈등을 현실에서 해결할 수 있는 힌트를 얻었다”, 동성애를 다룬 가족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 대해선 “보통 가정의 희로애락을 보여준다. 평범하기 때문에 감동을 준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자신이 처한 현실과 드라마가 재현하는 현실 사이에서 공명하며 같이 슬퍼하고 기뻐하고 위로받는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소득은 적고 학력이 높은 사람들은 ‘로맨틱 트렌디 감성’의 드라마 취향으로 한드 ‘시티헌터’와 일드 ‘꽃보다 남자’ ‘고쿠센’ 등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에서 일어날 법하지 않으나 스토리의 개연성은 높아 시청자들이 ‘나에게 저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할까’라고 상상하면서 본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중국인들의 전체 수입 드라마 소비에서 한드 소비가 차지하는 위상, 한류 드라마가 중국인들의 어떤 취향에 소구하는가를 보여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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