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

[광화문에서/하종대]전두환을 어찌할꼬!

꿈 꾸는 소년 2013. 9. 1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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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8 03:00:00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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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하종대]전두환을 어찌할꼬!

하종대 국제부장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추징금 사태를 보는 국민의 마음은 편치 않다. 미납 추징금 1672억 원을 모두 내겠다니 박수를 쳐야 할 것 같지만 세간의 분위기는 영 아니다.

추징금을 완납하고도 남는 전 씨 일가의 재산이 적게는 수천억 원, 많게는 1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산은 대부분 전 씨가 대통령 재임 시절 재벌 총수들로부터 받은 뇌물이거나 이를 종잣돈으로 형성됐을 가능성이 크다.

뇌물 사범은 안 걸리면 ‘대박’이지만 걸렸다 하면 ‘쪽박’ 차기 십상이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한국 역사상 최다 액수의 뇌물을 받은 전 씨는 추징금을 내지 못해 쩔쩔 매는 노태우 전 대통령과는 달리 2205억 원의 추징금을 모두 내고도 남은 수천억 원으로 앞으로도 떵떵거리며 살 것 같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검찰의 책임이 크다. 필자는 전, 노 두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을 수사할 당시 검찰 취재를 담당했다. 당시 두 전 대통령의 뇌물 액수에 대한 조사는 그야말로 주먹구구식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하기 전 재임 기간 5000억 원의 통치자금을 조성했다고 했지만 검찰이 기소한 비자금 액수는 2838억9600만 원에 불과했다. 비자금 관리를 맡았던 이현우 전 경호실장이 당초 진술한 금액보다도 훨씬 적었다. 당시 수사 관계자는 “재벌들이 서로 입을 맞춘 뒤 액수를 줄여 진술해 뇌물 액수가 실제 건넨 돈의 절반에서 5분의 1까지 줄어들었다”고 실토했다.

시간이 지나 물증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전 씨 비자금 수사는 더 심했다. ‘전직 대통령 4000억 원 비자금설’이 나왔으니 대충 4000억 원이라도 맞춰 보자는 게 당시 검찰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결국 두 전직 대통령은 8000억∼1조 원에 이르는 뇌물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검찰은 겨우 2000억 원대의 뇌물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첫 단추부터 크게 잘못 끼운 셈이다.

그렇다고 다시 수사하자고 할 수도 없다. 이미 법원에서 확정판결까지 받은 사안을 재수사하는 것은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원칙에 어긋난다. 형벌 중의 하나인 벌금과 달리 범죄에 관련된 물건을 몰수할 수 없을 때 선고하는 추징금은 내지 않더라도 감옥에 가두는 환형유치(換刑留置)가 안 된다. 또 판결에 따른 채무는 기한 내 갚지 않으면 연 20%의 고리(高利)가 붙지만 추징금엔 이자도 붙지 않는다. 전 씨의 비자금 확정판결이 난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물가가 68.5%나 올랐으나 이를 계상해 받을 수도 없다. 한마디로 늦게 낼수록 이득인 게 추징금이다. 결국 전 전 대통령이 뇌물로 그동안 일가의 재산을 불렸더라도 이를 환수할 방법은 없다.

전 씨 일가가 앞으로도 부귀영화를 계속 누린다 해도 5000만 국민은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국민을 분통터지게 만드는 것은 전두환 정권의 신군부가 5·18민주화운동을 총칼로 진압해 191명의 무고한 시민이 희생되고 852명이 부상했음에도 아직까지 전 씨가 단 한 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고 있는 점이다.

전 씨의 이런 태도를 방관하는 건 사회 정의가 아니다.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뒤 천문학적인 뇌물을 받은 전직 대통령이 4반세기가 넘도록 국법을 우롱하고 국민을 능멸하는 걸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전 씨 일가가 이제 와서 뒤늦게 추징금을 완납한다 해도 결코 역사의 면죄부를 받을 순 없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5공 청산을 시작해 역사와 국민이 무서움을 뼈저리게 깨닫도록 해줘야 한다.

하종대 국제부장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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