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청포도<이육사 / 1904~1944>

꿈 꾸는 소년 2014. 10. 15. 08:32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