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꿈 꾸는 소년 2014. 10. 28. 06:27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하였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태양 시계 위에 던져 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이 탐스럽게 무르익도록 명해 주시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국의 나날을 베풀어 주소서.
열매들이 무르익도록 재촉하여 주시고,
무거운 포도송이에 마지막 감미로움이 깃들이게 해 주소서.

지금 집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지을 수 없습니다.
지금 홀로 있는 사람은 오래오래 그러할 것입니다.
깨어서, 책을 읽고, 길고 긴 편지를 쓰고,
나뭇잎이 굴러갈 때면, 불안스레
가로수 길을 이리저리 소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