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해피 버스데이 - 오탁번

꿈 꾸는 소년 2015. 8. 5. 05:56

해피 버스데이

│오탁번 作

 

시골 버스 정류장에서

할머니와 서양 아저씨가

읍내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제멋대로인 버스가

한참 후에 왔다

─왔데이!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 말을 영어인 줄 알고

눈이 파란 아저씨가

오늘은 월요일이라고 대꾸했다

─먼데이!

버스를 보고 뭐냐고 묻는 줄 알고

할머니가 친절하게 말했다

─버스데이!

오늘이 할머니 생일이라고 생각한

서양 아저씨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해피 버스데이 투 유!

할머니와 아저씨를 태운

행복한 버스가

힘차게 떠났다

─시집 《우리 동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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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번(1943~ ) 충북 제천 출생. 196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시)로 등단. 시집 《아침의 예언》 《벙어리 강》 등. 시선집 《사랑하고 싶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