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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정재정]역사문제 해결할 ‘한일미래재단’ 만들자

꿈 꾸는 소년 2015. 8. 1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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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7 03:00:00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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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정재정]역사문제 해결할 ‘한일미래재단’ 만들자

정재정 서울시립대 교수 전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한국과 일본은 올해 수교 5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한국과 일본의 국가위상과 상호관계는 너무 크게 변해 간단히 설명하기 어렵다. 몇 가지 수치를 통해 그것을 확인해보자. 먼저 경제 규모이다. 1965년 한국의 국민총생산액은 31억 달러로, 일본 960억 달러의 3.2%였다. 2014년에 한국의 그것은 1조4100억 달러로, 일본 4조6723억 달러의 30.2%가 됐다. 한국의 국민총생산액은 455배, 일본은 49배 늘어났다. 일본의 경제 규모도 많이 커졌지만 한국의 팽창이 훨씬 두드러졌다.

다음은 물자 교역이다. 1965년 한국의 수출액은 1억8000만 달러로 일본의 비중이 26%였는데 2014년은 각각 5726억 달러와 6%로 바뀌었다. 1965년 일본의 수출액은 84억 달러로 한국의 비중이 2%였는데 2014년은 각각 6961억 달러와 7%가 됐다. 한국과 일본의 수출액은 각각 3181배와 83배 늘어났다. 1965년 한국의 수입액은 4억6000만 달러로 일본의 비중이 38%였는데 2014년은 각각 5255억 달러와 10%로 바뀌었다. 1965년 일본의 수입액은 81억 달러로 한국의 비중이 0.5%였는데 2014년은 각각 8181억 달러와 4%가 됐다. 한국과 일본의 수입액은 각각 1142배와 101배 증가했다. 두 나라의 물자교역이 급증한 가운데 한국에서 일본의 비중은 감소했다.

인적 교류는 어떤가? 1965년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5000명으로 해외여행객의 15.2%였는데 2014년의 그것은 각각 228만 명과 16.1%가 됐다. 1965년에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은 1만7000명으로 해외여행객의 4.7%였는데 2014년의 그것은 각각 275만5000명과 20.5%로 바뀌었다. 상호방문자 수에서 한국인은 456배, 일본인은 162배 늘어났고 두 나라 특히 일본에서 상대국의 비중이 커졌다.

이상의 수치는 한국과 일본이 수교 이래 경제 성장과 교역 교류를 대폭 증대시켰음을 웅변한다. 한국은 일본의 물자 자본 기술을 도입해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불행한 과거로 일본을 원망했지만 따라잡아야 할 모범으로도 여겼다. 반면에 일본은 한국의 경제발전과 안전보장에 힘입어 떼돈을 벌고 평화를 구가했다. 교역에서만도 5000억 달러의 흑자를 누렸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은 수교 이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win-win)의 길을 걸어왔다. 그 결과 지금 두 나라는 수직화·이질화를 벗어나서 수평화·동질화의 관계로 접어들었다.

그런데도 한국과 일본은 왜 수교 50주년을 함께 경축하기는커녕 정상회담조차 꺼리는 불편한 관계로 전락했는가. 그 이유는 역사 인식과 과거사 처리, 곧 역사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 때문이다. 그렇지만 또 다른 원인은 양국이 수교 50년의 성취와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대응하지도 못하는 데 있다. 따라서 당장 한일관계의 악화를 개선하고 미래 50년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수교 50년의 역사를 공정하게 평가한 위에서 역사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역사문제를 극복하는 방안으로서는 한국과 일본의 정부와 기업이 함께 출연해 운영하는 ‘한일미래재단’(가칭)의 설립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지금 두 나라는 식민지 지배에서 연유한 피해와 보상, 사죄와 반성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출구가 보이지 않는 냉전을 벌이고 있다. 두 나라가 역사 화해의 상징으로서 ‘한일미래재단’을 설립하고 여기에서 역사문제를 일괄하여 처리하면 세계의 식민지 청산에 새로운 장을 열게 된다. 그러면 한국과 일본은 더욱 탄탄하게 상생공영의 길을 걷게 되고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는 주역으로 거듭날 것이다.

정재정 서울시립대 교수 전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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