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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김진현]절망과 개벽―대한민국의 새 길

꿈 꾸는 소년 2017. 5. 5.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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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4 03:00:00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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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김진현]절망과 개벽―대한민국의 새 길

유례없는 한국의 근대화혁명, 공동체로의 연대 아닌 가족利己主義로 추락한 倒錯的 근대화와 함께 엉켰다 “정치기강 세워지지 않으면 도둑놈이 판친다”던 탄허스님, 도덕무장으로 승화시키자


김진현 객원논설위원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이 땅을 덮고 있는 분노 절규 불신 갈등 허무는 비관이라는 표현이 너무 한가하다. 특히 대통령 선거전의 구태의연한 풍경들은 지금 당장 이 나라에 몰려 있는 생존의 문제군들(problematiques), 내외로 겹친 한말 이후 또는 건국 이후 최고의 위기들, 국가 공동체 전반에 꽉 찬 역사적 국제적 구조적 도전 앞에서는 파국적 절망에 빠지게 한다. 이 나라는 역사교과서 논쟁이 웅변하듯 사실상 한 나라가 아니라 두 나라, 세 나라로 갈라져 있다. 선거결과가 어찌 나오든 2016년 10월부터 시작된 촛불·태극기 극장의 1막은 5월 9일의 2막으로 끝나지 않는다. 2막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다음 대통령은 가장 무력한, 가장 고통스러운, 불행한 대통령이 될 것이 확실하다. 19대 대통령 끝자락의 3막은 국가의 존망을 건 절망이냐 개벽이냐의 갈림길이라 할 것이다.

광복 후 72년 대한민국의 크기 깊이 넓이 밀도는 지금 등장한 후보자들의 역량으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겁고 복잡해졌다. 지금 이 나라에서 전개되고 있는 빛과 그늘은 우리 스스로 자각하기 힘들 만큼 지구촌 인류가 21세기에 당면한 문제군들의 핵심을 껴안고 있다. 개인 시민 소득 주거 도시화 교육 이혼율 저출산율 고령화가 늘고 자유 다원 개방의 생각과 제도가 넓어지는 것이 고전적 보편적 근대화 현상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처럼 두 세대만의 급격한 근대화, 특히 시민 자유, 민주주의 정치, 근대 경제성장, 교육과 과학기술의 고등화, 사회의 다원 개방을 실현한 나라는 1945년 이후 독립한 제3세계에도 없고 르네상스 이후 500여 년 선진국의 경험에도 없다. ‘대한민국 근대화 혁명’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이 유례없는 근대화 혁명 기록보다 더 기록적인 기괴한 도착현상, ‘도착적 근대화’가 펼쳐졌다. 한국 전통의 가족주의 연대와 서양 근대의 개인주의가 만나 가족 같은 연대의 근대 공동체로 승화되지 못하고 ‘가족 이기주의’로 추락했다. 이 나라 최고 권력자인 역대 대통령과 재벌 가문의 비극들이 모두 가족 사리(私利) 사슬 때문이다.

이 도착을 숫자로 보면 더욱 명료해진다. 이혼율, 저출산율, 낙태율, 성형수술률, 화장품 사용량, 젊은이 불행지수, 자살률,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 존속 살인율, 고소율, 위증죄율, 사기죄율…. 반인륜 반생명 사회해체 현상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또는 세계 통계에서 1위에 오른 것은 경이롭기만 하다. 특히 유교의 본고장 중국보다 더 유교 전통이 강하다는 대한민국 틀 안에서 단기간에 나타난 가장 반(反)유교적 세계적 근대사회병리 현상의 집약이라는 데서 우리 모두를 전율케 한다.

탄허 스님은 꼭 40년 전 미래에 닥칠 지구의 큰 재난에도 조상님들이 도덕적으로 산 은덕으로 후손들이 잘되고, 큰 혼란 진통이 끝나면 ‘생각으로 감지할 수 없는 새 차원의 세계’가 도래한다고 말씀했다. 그러나 이런 낙관도 자조 노력과 정신 무장을 더욱 강화해야 하고 특히 “꼭 해야 할 일은 기강 확립이다. 정치의 기강이 세워지지 않으면 도둑놈이 판을 치고… 기강이란 역사의식과 국민을 위한 철학, 인간을 존중하는 종교적 신앙심이 있어야 세워지는 것”이라 했다.

이 땅은 간방(艮方·동북 15도 방향)으로 시작과 끝이 같이 있는 곳이라고도 했다. 인류 역사에서 전례 없는 근대화 성공과 도착적 근대화가 함께 엉켜 있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지구촌이 정치 포퓰리즘, 소득 양극화, 환경 악화, 사회적 분노와 혼돈으로 근대 500년의 문명이 끝나고 있다. 자강의 의지로 정신 무장을 하고 역사의식과 인간존중 신앙심으로 기강을 세우면 근대의 끝에서 근대를 뛰어넘는 개벽의 시작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 탄허 스님의 가르침일 것이다. 인류 생존, 생명문제군의 해답은 멀리 외국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 대한민국의 도착적 근대화야말로 근대 문명의 끝자락에 우리에게 던져진 사명, 즉 정화, 극복, 승화, 해탈해야 할 과업의 맡김인 것이다. 탈근대 새 대체질서 찾기의 길이다.

이 땅에서 선진적으로 만들어진 도착적 근대화, 반인륜 반생명 현상과 경험들을 탄허 스님 말씀대로 원자폭탄 수소폭탄도 항복시키는 ‘도덕’으로 여과 정화 초월 승화시키면 그것이 바로 지구촌 평화, 역사의 정의를 세우는 새 인류 문명의 창조(Pax Koreana)이다. 대한민국이 ‘생각으로 감지할 수 없는 새 차원의 세계’, 개벽의 주역이 되는 것이다.

김진현 객원논설위원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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