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조성하]제3의 인생 ‘행복은 여행순’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정년 이후 삶에 돈. ‘다다익선’이다. 베이비부머(1955∼63년생)는 더하다. 노부모 봉양은 제 몫이나 정작 자신은 자식으로부터 부양을 기대조차 못하는 ‘낀 세대’여서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돈만 있다고 행복할까. 더 중요한 건 없을까. 대답에 앞서 오류부터 살핀다. 돈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 노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함의다. 살아야 얼마나 살겠어, 그 나이에 뭘 하겠어, 여분의 자투리 삶에….
기대수명 칠팔십에서는 그럴 만했다. 그러나 ‘백세지기’가 대세인 요즘은 다르다. 수명 연장으로 얻은 ‘보너스 30년’(50∼70대)을 망각한 ‘시대착오적 오해’다. 중년(中年)에 대한 세인의 시각도 교정되고 있다. ‘긍정의 심리학’ 덕분인데 이전까지만 해도 ‘경계선상 위기의 세대’라는 부정적 시각 일색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2차 성장(Second growth)을 통해 성공적 노화(Aging well)를 준비하는 제3연령기(Third age)’로 받들어진다.
이런 주장을 편 조지 베일런트, 윌리엄 새들러 박사 등 일련의 하버드대 학자의 생각은 탁견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원동력’을 찾아 1930년대 말 선정한 하버드대 학생 268명을 72년간 거의 일생토록 조사한 연구 결과다. 그중 ‘긍정의 심리학’ 원조인 베일런트 박사의 ‘행복론’은 곱씹을 만하다. 고통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고통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행복의 열쇠라는 주장이다. 그는 고통에 대한 ‘성숙한 방어기제’가 행복의 열쇠라고 답했다. ‘제3연령기’를 제시한 새들러 박사도 상통한다. 그는 ‘성공적 노화’가 곧 행복인데 그건 제3연령기의 ‘2차 성장’을 통해 가능하다고 말했다. ‘2차 성장’과 ‘성숙한 방어기제’는 모두 일맥상통한다. 한마디로 ‘쓸 만한 사람 되기’다.
여행은 사람을 쓸 만하게 만든다. 여행은 그런 요소로 흘러넘친다. 그 핵심은 여행이란 행위에 담긴 ‘배움’이란 가치다. 여행은 ‘즐기며 배우는 일상적 사건’이다. 사람이나 책을 통해서보다 여행을 통해 체득하는 배움이 훨씬 더 깊고 총체적임을 뜻한다. ‘우물쭈물거리다가 내 이리 될 줄 알았어’라는 위트 있는 묘비명의 주인공 버나드 쇼(1856∼1950·아일랜드 극작가)의 회한과 장탄식도 나는 그가 다하지 못한 여행의 아쉬움에서 찾는다.
‘당신의 존재는 숨쉬는 것으로 증명되는데 숨을 쉰다면 말할 것이고 말을 한다면 물어볼 것이고 물어본다면 생각할 것이고 생각한다면 탐구할 것이고 탐구하는 것은 경험이며 경험은 곧 배움이다. 당신이 배운다면 성장할 것이고 성장한다면 원할 것이며 원한다면 찾을 것이고 찾고 나면 의문을 가질 것이고 의문을 제기한다는 것은 곧 이해한다는 것이며 이해한 후에는 더 많이 알고 싶을 테니 그것은 곧 당신이 살아있다(alive)는 증거다.’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의 자체 광고문인데 거기에도 진실은 담겨 있다. ‘여행은 배움이며 곧 실존’이라는.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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