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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후원 선홍빛 단풍은 자연의 선물”

꿈 꾸는 소년 2011. 12. 3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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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9(수) 03:00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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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후원 선홍빛 단풍은 자연의 선물”

주합루에서 본 부용지 사진작가 배병우 씨가 주합루에서 촬영한 창덕궁 후원 부용지의 단풍. 배병우 씨 제공

창덕궁 후원 부용지 옆 영화당 마루에 앉아 창덕궁의 매력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문화재 해설사 방시레 홍은종 강은정 씨, 사진작가 배병우 씨, 해설사 천대중 씨(왼쪽부터). 창덕궁관리소 제공

 “창덕궁은 4계절 다 좋지만 그래도 단풍 든 가을이 압권이지요.” “창덕궁의 단풍은 좀 늦게 옵니다. 이번 주말쯤 절정일 것 같네요”

 8일 오전 서울 창덕궁 후원(後苑) 부용지. 주합루 옆 단풍이 선홍빛으로 타올랐다. 그 사이사이를 투명한 햇살이 뚫고 내려왔다.

 사진작가 배병우 씨와 창덕궁의 문화재 해설사들이 부용지 바로 옆 아담한 전각인 영화당의 마루에 올라섰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곧 나올 창덕궁 가이드북 ‘문화재 해설사와 함께 하는 창덕궁’(컬처북스)을 기념하기 위한 것. 창덕궁의 문화재 해설사 14명이 참여했고 사진은 배 씨가 맡았다. 창덕궁의 윤숙 해설팀장은 “오랜 시간 축적해온 창덕궁 해설의 경험과 노하우를 관람객들에게 글을 통해 전해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배 씨는 1970년대부터 창덕궁 사진을 찍어 왔다. 주변에선 그를 두고 “창덕궁 관계자 빼고는 창덕궁을 가장 많이 드나든 사람”이라고 한다. 배 씨는 창덕궁의 명승으로 봄의 낙선재, 가을의 후원을 꼽았다.

 “가을엔 단연 창덕궁 후원이지요. 여기 영화당서 바라보는 부용지는 한국 고건축 사진의 백미입니다. 낙선재는 궁궐 속의 민가인데, 민가 중 가장 아름다운 건물입니다. 낙선재는 늘 밝아요. 봄에는 더 밝지요.”

 영어 해설사 홍은종 씨가 “낙선재에 가보면 문창살이나 담장의 무늬가 참 예쁘다”고 거들었고 다른 참가자들의 창덕궁 찬사가 이어졌다.

 “창덕궁이 없다면 서울은 고도가 될 수 없습니다. 창덕궁이 있기에 고도인 것이죠. 중국의 성곽이나 스페인의 알람브라 궁전도 찍어 봤지만 그곳은 인공적입니다. 창덕궁은 자연 그 자체입니다.”(배 씨)

“창덕궁은 넓고 숲이 많아요. 자연의 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고목이 곳곳에 있고. 이 공간 저 공간에 왕들의 자취와 사연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다른 궁궐에서 느끼기 어려운 특징이지요.”(일본어 해설사 강은정 씨)

“봄에는 건물과 꽃이 어우러진 낙선재가 좋아요. 여름엔 후원이 특히 시원해서 좋고요. 겨울 설경도 대단하지요. 후원의 비밀스러운 눈이 참 매력적입니다.”(중국어 해설사 방시레 씨)

“가을이 제일 좋죠. 하지만 겨울에 첫눈 내릴 때의 눈꽃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부용지에 물안개가 올라올 때도 환상적입니다.”(중국어 해설사 천대중 씨)

“일교차가 심한 봄가을에 물안개가 종종 올라옵니다. 상서로운 기운이 있어요. 옛 그림 속의 여백이라고 할까.”(강 씨)

“저는 여름이 좋아요. 비 온 다음 날 아침의 후원, 대단합니다. 자연의 소리가 어울리면서 무언가 치유의 느낌이 듭니다.”(홍 씨)

“비 오는 날엔 우산 쓰지 말고 비옷 입고 장화 신고 비를 직접 맞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빗방울 떨어지는 영화당, 정말 깨끗합니다.”(방 씨)

창덕궁은 언제 가도 좋다지만 해설사들은 결국 후원의 가을을 최고로 꼽았다. 그것도 바로 지금이라고 했다. 이날 모임에 참가한 사람들의 이구동성. “신기하게도 창덕궁의 단풍은 서울에서도 다소 늦게 찾아옵니다. 이번 주말에 절정을 이루고 이달 말까지 단풍이 계속될 것 같습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 창덕궁 베스트5 해설사 추천 ▼

○ 낙선재 일원

“사랑하는 이를 아끼고 보살피고자 했던 왕의 마음이 담겨 있는 곳. 문이며 기둥 난간까지 놓치지 않고 세세히 마음을 쓴 흔적이 아름답다.”

○ 영화당에서 바라본 부용지

“인간과 자연의 조화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 연못을 에워싼 정자들과 우거진 나무들, 그리고 푸른 하늘까지. 비할 데 없는 아름다움.”

○ 인정문에서 바라본 인정전

“인정문에서 인정전을 보고 있노라면 신하들과 함께 정사를 돌보았을 왕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 존덕정에서 본 관람지 일대

“다양한 형태의 정자들이 높고 낮은 곳에 자리하여 각각의 정자가 독립적인 아름다움을 갖췄으면서도 또 하나로 어우러지는 풍경을 연출한다.”

○ 옥류천 일원

“왕과 신하가 시를 짓고 풍류를 즐겼다는 옥류천. 옥류천 바위 아래 떨어지는 물줄기를 가락으로 삼아 휴식과 여유를 즐겼을 조선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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