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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뒷談]참모의 품격 중시… 여성리더는 올드보이를 좋아해?

꿈 꾸는 소년 2013. 8. 13.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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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0 03:00:00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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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뒷談]참모의 품격 중시… 여성리더는 올드보이를 좋아해?

1976년 12월 고 육영수 여사를 대신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과 나란히 한국방송공사의 준공 테이프를 끊고 있다. 1974년 어머니를 흉탄에 여읜 뒤 22세부터 국정을 경험한 박 대통령은 자신보다 한참 연배가 높은 참모진의 보좌를 받은 경험이 많다. 왼쪽부터 당시 김성진 문공부 장관, 이철승 신민당 대표, 정일권 국회의장, 박정희 박근혜 부녀, 민복기 대법원장. 동아일보DB

“경영권이 2세에게 이양되면 창업주를 보필했던 원로들은 물론이고, 새 최고경영자보다 나이가 많은 간부들은 바짝 긴장합니다.”

대기업 임원인 K 씨는 수년 전 오너 2세가 경영의 전면에 나섰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모골이 송연하다. 당시 새 최고경영자(CEO)보다 나이가 많은 간부는 물갈이 대상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다. 머리 염색을 하는 간부가 늘어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대폭 물갈이는 없었지만 몇몇 임원과 간부는 옷을 벗었다. 나이가 물갈이의 주요 기준은 아니었겠지만 그만둔 간부들 가운데는 새 CEO보다 나이가 많은 이들이 여럿 있었다.

이런 현상이 이 회사만의 일은 아니다. 리더들은 자신보다 조금은 나이가 어린 참모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젊고 새로운 감각을 원하는 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나이가 많은 사람은 질타하고 꾸짖기가 부담스럽다는 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는 정치권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직 시절 임명했던 류우익, 정정길, 임태희 비서실장은 각각 대통령보다 아홉 살, 한 살, 열다섯 살 적었다.

하지만 박근혜 청와대에선 그런 세간의 고정관념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예전부터 삼촌뻘, 오빠뻘 되는 ‘고령 참모들’과 일하는 것을 전혀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김기춘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은 1939년 11월 25일생으로 74세다. 1952년생인 박근혜 대통령보다 열세 살 위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었던 김종인 전 의원은 1940년생, 김용준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1938년생, 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1945년생, 정홍원 국무총리는 1944년생이다. 대통령보다 적게는 7년 많게는 14년 위다.

현재 청와대 진용만 봐도 김 실장을 비롯해 김장수 국가안보실장(65), 박흥렬 경호실장(64) 둘 다 대통령보다 나이가 많고 수석들의 연령도 과거 정권에 비해 높은 편이다. ‘원로들의 세상’ ‘원로가 대접받는 정부’라고 할 만하다.


퍼스트레이디 학습 효과

박 대통령을 잘 아는 사람들은 고령 참모들에 대한 부담감이 적은 이유를 그의 삶의 역정에서 찾는다. 박 대통령은 10세부터 청와대에서 생활하기 시작했고 22세에 퍼스트레이디가 됐다. 청와대 시절 내내 자신보다 스무 살 이상 나이가 많은 이들의 보필을 받았다.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지내며 박 대통령을 보필했던 최필립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1928년생)은 대통령보다 스물네 살이나 위다. 어릴 때부터 늘 나이 많은 이들의 보좌를 받았으니 고령 참모에 대한 부담감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정치에 입문한 뒤에도 1년 반 만에 당 부총재가 됐고 5년 반 만에 대표가 됐다. 2004년 한나라당 대표가 됐을 당시 그의 나이는 52세. 당 대표를 맡은 이후 그는 60대 이상의 3선 이상 중진들과 함께 당을 이끌었다. 박 대통령이 2006년 여름 김기춘 비서실장이 여행을 제안했을 때 동행자로 직접 꼽은 박희태(1938년생), 맹형규 의원(1946년생) 모두 본인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이들이다. 편하게 여행을 갈 때 열 살 차이가 넘는 이를 동행자로 꼽을 정도로 나이에 구애받지 않았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는 고령 참모들이 젊은 참모보다 오히려 박 대통령을 더 깍듯이 모실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황 교수는 “이들에겐 나라 잃은 공주가 나라를 되찾아 본연의 자리로 돌아온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박 대통령을 절대적으로 따르게 된다”고 분석했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6일 민주당에 5자회담을 제안하면서 “윗분의 뜻을 받들어서 한 가지 발표를 드리겠다”며 ‘대통령’이라 부르지 않고 ‘윗분’이라고 표현한 것도 그런 심리의 발현이라는 해석이다.

일반인들에게는 70세가 넘는 참모들이 ‘과거’의 인물로 느껴지지만 박 대통령에겐 여전히 ‘현재’의 인물로 받아들여진다는 해석도 있다. 한 참모는 “김기춘 실장의 경우 적지 않은 국민들이 노태우 정부 시절 인물로 여기지만 박 대통령으로선 그동안 국회의원 시절을 포함해 늘 같이 해온 사람이기 때문에 과거의 인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뢰와 한결같음을 중시

대통령의 한 측근은 “박 대통령이 배신을 당했던 경험이 검증된 고령 참모를 쓰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특히 사실상 유배 생활을 했던 1980년대 경험이 컸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박 대통령은 1979년 아버지를 잃고 청와대에서 나온 뒤 1980년대 인간적인 배신감을 많이 경험했다고 자서전에서 회고하고 있다. 그는 자서전에서 “우리 삼남매는 부모님의 기일을 포함한 어떤 공식적인 행사도 엄두를 낼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아버지의 가장 가까이에 있던 사람들조차 싸늘하게 변해 가는 현실은 나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고 썼다. 그때 그나마 자신을 끝까지 지켜준 사람들이 고 남덕우 전 국무총리, 고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 등 아버지와 함께 오랫동안 봐왔던 사람들이다.

박 대통령은 2004년 총선 때 탄핵 역풍 속에서 당을 구해내고 사실상 ‘박근혜 당’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선거 때는 꼭 와 달라고 부탁하다가 선거만 끝나면 ‘독재자의 딸’이라고 비난하는 의원들, 대표 시절 중용해 자신과 함께할 것이라고 믿었던 동지가 2007년 경선 때 상대 진영으로 가는 경험을 하면서 역시 믿을 건 내가 오래 봐온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을 거라는 게 측근들의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심리학과 교수는 “배신을 경험해 본 사람은 심리적으로 항상 경계하고 방어하는 것이 생긴다. 그러다보니 나이든 사람 중에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준 사람들을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3남매의 장녀로 정치적으로 힘든 시절 ‘소녀가장’ 역할을 해 오면서 나이가 어린 참모를 좀 어리게 보는 시각을 갖게 된 것 같다는 참모의 분석도 있다. 두 동생과 함께 커가는 게 아니라 부모를 대신해 동생들을 보살피는 입장이 되다 보니 동생들과 비슷한 또래의 경우 ‘동생’처럼 느낀다는 것이다. 한 참모는 “동생인 지만 씨와 친분이 있는 한선교, 윤상현 의원이나 권영세 주중대사의 경우 실수를 하거나 싫은 소리를 해도 귀엽게 잘 받아들이지만 그렇다고 자기가 조언을 들어야 할 대상으로는 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흔히 문고리 권력이라고 경계 받는 정호성, 안봉근, 이재만 비서관들의 경우도 30대부터 같이 일해 온 만큼 박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조언자라기보다 ‘실무진’의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다.

대를 이어 최고지도자에 오른 여성이 아버지 시대부터 검증된 인사를 중용하는 사례는 외국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1966년부터 인도 총리를 지낸 인디라 간디는 1966년 총리로 취임한 직후 자신보다 나이가 네 살 많은 야슈완트라오 차반을 내무부 장관, 재무부 장관 등으로 중용했다. 차반은 인디라 간디가 그의 아버지 자와할랄 네루 총리 밑에서 총참모장으로 일할 당시 얼굴을 익힌 인물이었다. 인디라 간디는 또 1967년 자신보다 21년 연상인 모라르지 데사이를 재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는데, 그 역시 인디라 간디 아버지의 후광을 받은 인물이다.

그러나 지도자가 사람을 고르는 것을 그의 인생 역정에만 연결시켜 해석하고 심리를 추측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거 경험뿐 아니라 성격적인 요인 등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음 자리를 욕심내지 말라

박 대통령은 자기주장을 거칠게 내세우는 이를 선호하지 않는다. 품격을 중시하고, 드러나지 않게 성실히 일하는 참모를 쓰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정치인보다는 관료, 법조인, 군인 출신을 선호하고 욕심이 적고 경륜이 쌓인 사람들을 찾는 경향이 있다. 정무수석비서관으로 원희룡, 박진 전 의원과 같이 젊은 전직 의원들도 검토선상에 올랐으나 이들은 자기 정치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60세의 경험 많은 외교관 출신을 정무수석으로 임명했다.

고령의 수석들을 포진시킨 이유는 이들이 사실상 공직을 마무리해 장관이나 후임 자리에 대한 욕심이 적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용인술과도 일맥상통한다. 박 전 대통령도 젊은 신진 인사 혹은 이미 장관을 지냈거나 새로 장관을 지내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은 원로들을 특별보좌관으로 임명해 내각과의 갈등 요인을 차단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젊은 사람들은 영향력 확대를 위한 돌출행동으로 대통령을 버겁게 하는 경우가 많다. 박 대통령은 성장과정에서 그런 것을 많이 봐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성 리더의 특장점

박 대통령이 ‘여성’이라는 점이 고령 참모 기용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남성은 대체로 군대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통해 연령 등 위계질서를 많이 따진다. 반면 여성은 위계질서보다 수평문화에 익숙하다. 기업 내에서도 여성 경영자들은 남성 경영자에 비해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부하직원과 일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상대적으로 남성에 비해 일의 성과를 어떻게 하면 더 잘 낼지에 집중하고 남성 위주의 패거리 문화를 혐오하기도 한다. 경영 전문가들은 이런 특징을 가진 여성 경영자들은 사심이 없고 목표지향적인 리더십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강점이 많다고 평가한다.

조선경 딜로이트컨설팅 리더십코칭 센터장은 “여성 리더들은 정치적 계산보다는 일의 성과만 중시하는 편”이라며 “목표지향적인 태도 때문에 성공하기도 하지만 복합적인 사람 사이의 역학 관계를 배려하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동정민·윤완준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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