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남성일]노화경제에 ‘외국의 젊은 피’ 수혈을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이쯤에서 누구나 그런 공장을 국내에 짓는다면 투자 부진, 일자리 부족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국내 현실을 들여다보면 그럴 수 없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생산성은 차이가 없는데 베트남에 비해 5배 이상 비싼 인건비는 차치하고서라도 젊은 기능 인력을 한곳에 3만 명은커녕 3000명도 모으기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지금 체질적인 노화 현상을 겪고 있다. 그래서 단순히 경기회복이 더딘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저성장 체질로 변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체질 노화의 밑바닥에는 급격한 노동력 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숫자로 살펴보자. 1983년 경제활동인구 중 30세 미만 청년의 비중은 한국은 34%였고 미국은 36%로 두 나라가 엇비슷했다. 그 후 30년 동안 두 나라 모두 청년의 비중은 줄어들었는데 미국은 25%로 줄어든 반면 우리는 16%로 줄어들었다. 이제 미국에서는 4명 중 한 명이 청년인 반면 한국에서는 6명 중 한 명만이 청년이다. 청년 비중 감소와 함께 그동안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3%대에서 2%대로 둔화된 반면 한국은 8%대에서 2%대로 격감하였다.
노동력의 노화는 공급 측면에서 생산을 위축시킬 뿐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도 소비를 위축시킨다. 일본의 예를 들어보자. 일본은 고령화를 받아들이는 전략을 취했다. ‘우아하게 늙자’는 슬로건 아래 고령화에 맞춰 일자리를 재조정하면 젊은 인력은 줄어들지라도 노동 공급 감소에 따라 임금은 오히려 상승하여 생활수준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그러나 현실은 예상과 반대로 임금 하락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고령화에 따라 소비의 절대 규모가 감소되고 그에 따라 노동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즉 노동 공급 감소에 따른 임금 상승보다 노동 수요 감소에 따른 임금 하락이 더 컸다. 결국 고령화가 소비 감소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점진적 소비 둔화 역시 고령화의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농촌은 물론이고 중소도시라 해도 공단이나 대학 등 젊은 조직이 없는 지역을 둘러보면 심각한 소비 침체를 금방 느낄 수 있다. 젊은 인력은 생산뿐 아니라 소비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출산율에 비추어 젊은 인력 비중이 단기에 늘어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래서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 외국 인력 정책 및 이민 정책이다. 즉, 더 개방적인 정책으로 젊은 인력을 늘려 경제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외국 인력 도입 규모와 체류 기간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도입 규모는 연간 5만∼6만 명인데 이 정도로는 당장의 인력 부족을 해결하는 데도 턱없이 부족하다. 외국 인력 도입과 관련한 오해 중 하나가 외국인은 내국인을 대체하여 내국인 고용을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외국인은 주로 기능인이고 내국인은 기술인이다. 따라서 둘 사이는 대체 관계라기보다 보완 관계를 이룬다. 즉 외국인이 있음으로써 내국인 기술자들 일자리가 확보된다. 다들 중소기업 살리자고 말하는데 중소기업 애로의 첫째가 인력난이다. 외국 인력이라도 자유롭게 썼으면 하는 것이 이들의 소망이다. 인력 확보가 쉬워지면 중소기업이 살고 중소기업이 살면 대기업과의 협력도 원활해진다. 그러면 대기업도 투자를 하고 일자리가 늘어난다. 그래서 현장을 아는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인력난이 해결되면 (대기업) 취업난도 해결된다”고 말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보다 개방적인 이민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영주권 제도를 확대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다. 한 나라에서 장기적으로 살 수 있다면 주거, 내구재 소비 등 경제 규모가 커지고 활성화된다. 개방적인 이민 정책에는 부작용도 분명히 있다. 유럽의 경우를 보면 아랍계 이민자와의 갈등 등 사회 통합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는 종교나 문화적으로 이질적인 배경을 가진 경우가 많다. 따라서 문화적 동질성 여부를 세심하게 살피며 운영한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온 아시아계 중 문화적 동질성이 강한 민족부터 문호를 개방할 수 있을 것이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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