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선기 목사

방선기 목사의 생활신앙(19)] 코람 데오에 대해서

꿈 꾸는 소년 2013. 9. 9. 06:42

방선기 목사의 생활신앙(19)] 코람 데오에 대해서
방선기 목사(직장사역연합 대표)
2010년 08월 20일 (금) 17:48:10 기독신문 ekd@kidok.com

  
‘실제적인 무신론’을 극복하자

살아계신 하나님을 의식하며 사는 것이 생활신앙


   
  ▲ 방선기 목사  
첫손자가 벌써 두 번째 생일을 지냈다. 모처럼 할아버지 노릇을 한다고 손자를 데리고 놀이공원을 찾았다. 매표소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함께 간 며느리의 친구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며느리가 매표소에서 자연스럽게 그 친구들의 표까지 함께 샀다.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일종의 편의를 보아준 셈이다. 그런데 나중에 그 친구들이 이렇게 물어보더라는 이야기를 며느리에게 들었다. “혹시 목사님이 보시고 우리들이 새치기한다고 뭐라고 하지 않으셨니?”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며느리의 친구들이 나보다 좀 더 생각이 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바로 이렇게 사소한 문제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이 생활신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신앙은 생활 속의 사소한 일상 속에서 하는 말이나 행동을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고 결단하는 일에서 출발한다.

나도 가만히 생각해보니 새치기는 새치기였다. 우리는 편의를 봐준 것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새치기가 분명했다. 엄청난 죄악은 아니지만 신앙인들은 이런 생각과 태도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 그래야 시험에 들지 않을 수 있으며 믿음대로 살 수 있다. 그런 자기 성찰이 바로 생활신앙이다.

그런데 정작 목사인 나는 믿음대로 행동하지 못했다. 놀이동산에 들어가서 놀이기구의 줄을 서다가 손자가 좋아하는 기구를 좀 더 타도록 하기 위해서 아내에게 뒤에 따로 줄을 서도록 했다. 우리 차례 때에 한번 타고 다시 아내 차례에 또 한 번 탄 것이다. 나름대로 좋은 발상이라고 생각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것도 또 다른 형태의 새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한 죄는 아닐지 모르지만 신앙인은 이런 사소한 것까지도 믿음으로 행해야 하겠다고 반성해보았다.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무심코 이런 행동들을 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닐까? 나의 이익과 편의만을 생각해서 다른 사람의 입장을 돌아보지 못할 때 갈등도 생기고 어려움도 깊어지는 것 같다. 믿음의 사람들이 이 부분에서 다른 사람들을 좀 더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종종 크리스천들이 이런 부분에서 크고 작은 실수를 할 때 비난을 받는다.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행치 아니하나니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니라(롬 13:10).” 일상의 삶에서 우리들이 하는 말과 행동이 이웃에게 해가 되지 않는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그것이 사소한 일상사이지만 결국은 우리 신앙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생활신앙은 생활 속에서 항상 하나님이 보고 계신다는 것을 의식하며 사는 것이다. 앞서 며느리의 친구들은 ‘목사님’이 자기들의 행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며느리에게 질문을 했다. 그 부분이 바로 아쉬운 부분이다. 자기들의 행동을 돌아본 것은 잘 했지만 ‘목사님’을 의식하고 그랬다는 것이 좀 아쉽다. 목사님이 아니라 ‘하나님’이 어떻게 생각하실까 그들은 의식해야 했다. 결국 그들은 하나님보다 사람을 더 의식한 것이다. 그런 태도는 도덕적이며 윤리적인 것이 될지 몰라도 진정한 생활신앙은 아니다.

생활신앙은 일상을 하나님의 눈앞에서 사는 것이라고 인식하는 삶의 태도이다. 전통적으로 잘 알려진 ‘코람 데오’(Coram Deo)의 신앙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들이 보기에 바른 삶을 살려는 것도 귀한 일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 앞에서 그 분이 보시는 것을 인식하고 사는 삶의 태도이다. 시편 기자가 바로 그 사실을 고백한다. “여호와여 주께서 나를 살펴보셨으므로 나를 아시나이다. 주께서 내가 앉고 일어섬을 아시고 멀리서도 나의 생각을 밝히 아시오니 나의 모든 길과 내가 눕는 것을 살펴보셨으므로 나의 모든 행위를 익히 아시오니(시 139:1-3).”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당연히 하나님이 살아계시며 우리들의 삶을 돌아보신다는 것을 믿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예배당 안에서 예배를 드릴 때나 신앙과 직접 관련된다고 여기는 일을 할 때는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것을 확신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일상의 삶에서는 코람 데오의 정신을 잠시 잊어버리는 것 같다. 심지어는 하나님이 안 계시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런 사람을 ‘실제적인 무신론자’(Practical atheist)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나님이 이런 사람들을 보신다면 대단히 섭섭하게 느끼실 것이다. 생활신앙은 바로 이런 실제적인 무신론을 극복하는 것이다.

이웃을 사랑하고 이웃에게 악을 행치 않는 것이 생활신앙이다. 그것은 거창한 일에나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아주 사소한 일을 통해서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생활신앙이다. 하나님의 눈앞에서 사는 것이 생활신앙이다. 예배를 드리고 찬양을 드리는 종교적인 영역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일상의 모든 삶의 영역에서 하나님이 보고 계시는 것을 의식하면서 사는 것이 생활신앙이다. 사소해 보이는 문제일지라도 생활신앙의 관점으로 바라보면서 하나님 앞에서 바람직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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