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선기 목사

[방선기 목사의 생활신앙(20)] 촌지와 뇌물에 대해서

꿈 꾸는 소년 2013. 9. 9. 07:08

[방선기 목사의 생활신앙(20)] 촌지와 뇌물에 대해서
방선기 목사(직장사역연합 대표)
2010년 08월 27일 (금) 10:39:40 기독신문 ekd@kidok.com

  
‘믿음의 결단’으로 문화 바꾸자

특별한 관계 위한 뇌물 관행, 분명히 거절해야


   
  ▲ 방선기 목사  
이전에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할 때 성도님 한 분이 교역자들에게 드리는 선물이라면서 봉투를 주어서 받은 적이 있다. 당황스러워 하는 나에게 봉투를 건네준 교역자는 그 분의 이름을 말하면서 기도해 드리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목사가 성도를 위해서 기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봉투를 준 사람을 위해서 특별히 기도한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에서 통용이 되는 촌지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만일 내가 그 돈을 받았기 때문에 내게 돈을 주지 않은 다른 성도들과 구별해서 그 분을 위해서 특별히 기도했다면 그 기도는 하나님이 별로 기뻐하지 않으실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사람을 외모로 보지 않고 뇌물을 받지 않는 분이시기 때문이다(신 10:17). 그 성도님은 목회자들을 섬기는 마음으로 봉투를 준비해서 돌렸는지 모르지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사회의 촌지문화가 교회 안에 들어온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는 이 촌지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무슨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사람과의 특별한 관계가 필요하며 그런 관계를 위해서 다양한 이름의 뇌물을 사용하고 있다. 정치인들에게는 로비자금이니, 정치헌금이니 하는 것들이며 이를 위해서 기업인들에게 비자금이 필요하다. 무슨 행사 하나 치르려고 해도 떡값이라는 것이 있고 무슨 서류하나를 빨리 떼려고 해도 급행료가 필요하고 자식이 제대로 대접받도록 하려면 선생님에게 촌지를 주어야 한다. 이런 관행 때문에 우리 사회가 여전히 부패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크리스천들도 이런 관행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크리스천들은 교회 안에서만 촌지나 뇌물 문제로 고민하겠는가? 세상의 일터 현장에서 수많은 유혹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 부분에 대해서 매우 분명하게 말씀하신다. “너는 뇌물을 받지 말라. 뇌물은 밝은 자의 눈을 어둡게 하고 의로운 자의 말을 굽게 하느니라.”(출 23:8). “왕은 정의로 나라를 견고하게 하나 뇌물을 억지로 내게 하는 자는 나라를 멸망시키느니라.”(잠 29:4).

뇌물을 받기 쉬운 위치에 있는 크리스천들은 뇌물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혹 요구하지 않은 뇌물이 주어질 때 정중하고도 분명히 거절해야 한다. 이런 작은 결단이 바로 믿음에서 나온다. 뇌물은 한번 받기 시작하면 서서히 익숙해져서 시간이 가면 그것을 기대하는 마음이 생긴다. “욕심이 잉태하면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하면 사망을 낳느니라.”(약 1:15). 그러므로 처음부터 믿음의 결단을 할 필요가 있다.

무언가 일을 하기 위해서 뇌물을 주어야 하는 상황에 있는 사람들은 뇌물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그래도 우리 크리스천들은 뇌물을 거부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당연히 손해를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런 결단을 한다면 믿음의 힘을 보여줄 수 있으며 우리 크리스천들이 이 땅을 깨끗하게 만드는데 일조하는 것이다. 적어도 우리 크리스천들이 이런 뇌물 문화에서 바람직한 모습을 보인다면 우리 일터문화가 달라질 것이다. 우리가 바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내는 것이다.

그렇다고 선의로 주고받는 선물을 부정하거나 경건한 마음으로 드리는 헌금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과 감사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선물은 바람직하다. “너그러운 사람에게는 은혜를 구하는 자가 많고 선물 주기를 좋아하는 자에게는 사람마다 친구가 되느니라.”(잠 19:6). 따뜻한 정성이 담긴 선물은 주는 사람도 기쁨으로 주고, 받는 사람도 기쁨으로 받을 수 있다. 이런 선물이 오고 가면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더욱 친밀해진다. 예의를 지키는 선물도 종종 필요하다. 우리 문화에서 이런 선물은 윗사람들에게 존경을 표하거나 신세를 진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일 수도 있다. 이런 선물은 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섭섭한 마음을 갖거나 관계가 나빠질 수 있으므로 잘 챙겨서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선물도 부담이 되기 시작하면 종종 뇌물로 변질될 수 있다.

그런데 때때로 선물과 뇌물을 구별하기 힘들 때가 있다. 한 경제윤리학자는 내가 어떤 사람에게서 무언가 받은 사실이 신문에 난다고 해도 떳떳하다면 선물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뇌물이라고 정의했다. 매우 실제적이고 효과적인 구별법이다.

뇌물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사회악의 근원이고 또한 통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그렇지만 당장에 이런 문화를 우리 사회에서 뿌리 뽑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국가에서는 이와 관련된 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만들고 공정하게 시행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법 규제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문화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므로 문화를 점차 바꾸어 나가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교회에서부터 뇌물성 돈이 오고가지 않도록 가르치고 지도자들부터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하며 이 문제를 모든 성도들이 심각하게 인식하며 세상에서 바람직한 실천을 해나가야 하겠다.